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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은비, 노동의 풍경을 직조하다…노동의 지형학, 부산현대미술관 10월 19일까지 전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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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개의 장면…‘소장품섬’ 여섯 번째 기획전,

권은비, 노동의 풍경을 직조하다…노동의 지형학, 부산현대미술관 10월 19일까지 전시

 

부산현대미술관은 오는 10월 19일까지 소장품섬 시리즈의 여섯 번째 전시로 권은비 작가의 개인전 《노동의 지형학 — 12개의 장면들》을 선보이고 있다. 이번 전시는 지난 7월 19일 개막했으며, 미술관 소장품을 바탕으로 동시대 한국 작가의 작품 세계를 조명하는 ‘소장품섬’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마련됐다.  

전시작 《노동의 지형학 — 12개의 장면들》(2021)은 권은비의 대표작 가운데 하나이다. 부산현대미술관이 수집한 이후 처음으로 관람객에게 선보이는 자리다. 이다솔 학예연구사가 기획을 맡아, 현대 사회의 노동을 주제로 한 권은비의 예술적 시도를 집중 조명한다.

이다솔 학예연구사는 “권은비 작가의 노동집약적인 작업 과정과 노동을 바라보는 진득한 시선이 이번 기획의 출발점이었다”며 “관람객들이 작품 앞에서 오랫동안 머무르며 노동의 풍경을 사유하길 바란다”고 설명했다.

《노동의 지형학 — 12개의 장면들》은 아크릴 조각, 설명글, 음성 해설이 서로 연동된 설치작업이다. 관람객은 무선 헤드셋을 착용한 채 배우 최희진의 나레이션을 들으며 원형 동선을 따라 전시장을 이동한다. 작품은 장면 12에서 시작해 장면 1과 2를 거쳐 장면 11에서 끝나지만, 다시 장면 12로 이어지며 순환 구조를 형성한다. 아크릴 조각들은 천천히 오르내리며 공간을 재편하고, 관람객의 시선과 몸의 움직임은 이에 따라 변화한다. 이 과정에서 그림자와 소리가 교차하며 파편화된 노동의 장면이 관람자의 경험 속에서 하나의 서사로 통합된다.

권은비는 왜 장면 12에서 출발하도록 했을까? 이 질문에 작가는 “나는 시계를 볼 때 12시부터 본다. 이 습관을 작품 구조에 반영했다”며, 시간과 노동의 순환성을 강조했다. 또 “나는 리서치 기반 작가다. 충분히 조사하고 나서야 작업을 시작한다. 남에게 보여도 부끄럽지 않을 만큼 자료를 찾아낸 뒤 제작한다”고 작업 방식을 밝혔다. 실제로 그는 기사와 기록을 장면별로 제시하며 사회적 현실을 작품 속에 구체적으로 반영했다.

전시 연계 프로그램으로는 지난 8월 24일 오후 2시, 미술관 세미나실에서 **〈권은비 작가와의 대화〉**가 열렸다. 이 자리에는 권은비 작가와 진세영 비평가가 참여해 관람객들과 작품의 맥락을 공유했다. 권은비는 각 장면이 담고 있는 기사와 자료를 소개하며 제작 과정을 설명했고, 진세영 비평가는 배포한 원고를 낭독하며 토론을 이어갔다. 그는 일상화된 재난과 애도의 문제, 재난 현장의 영상화와 소비가 불러오는 폭력성에 대해 비평적 성찰을 제안했다. 관람객들은 이를 통해 작품이 단순한 조형 실험을 넘어 사회적 맥락 속에서 확장되는 비판적 예술임을 확인할 수 있었다.

권은비는 이미지와 사운드를 매개로 사회문제를 비판적으로 탐구해 온 작가다. 최근 주요 전시로는 서울시립미술관 미술아카이브 전시 《우리는 끊임없이 다른 강에 스며든다》(2025), 아마도예술공간 《의존하는, 의존하지 않는》(2025) 등이 있다. 이번 부산현대미술관 전시는 그의 작업 궤적을 잇는 동시에, 동시대 사회가 직면한 ‘노동’의 문제를 집약적이고 감각적으로 제시하는 중요한 계기가 되고 있다.

‘소장품섬’ 시리즈는 부산현대미술관이 수집한 작품을 중심으로 기획 작가를 선정해 전시를 구성하는 프로젝트다. 이를 통해 미술관은 소장품을 새롭게 해석하고, 동시대 예술 담론과 연결하는 사회적 역할을 실천하고 있다. 이번 권은비 개인전 역시 공적 미술관의 책무를 구현하며, 관람객에게 한국 동시대 미술의 중요한 흐름을 체험할 기회를 제공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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