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첫 미술관 전시, 미국 순수 추상의 세계
컬럼비아대학 시절 선불교와 도교사상에 영향 받아
동양 사상의 관점에서 실험적이고 명상적인 작업 전개
전시 연계 프로그램 '명상이 있는 솔올의 아침' / 솔올미술관 제공
포스터- 1240 x 1754-아그네스마틴 (솔올미술관 제공)
2024년 2월 개관한 강릉 솔올 미술관이 8월 25일까지 《아그네스 마틴: 완벽의 순간들》을 개최한다. 아그네스 마틴(Agnes Martin, 1912~2004)은 캐나다 출생의 미국 여성 미술가로 1950년대 이후의 미국 미술을 대표하는 작가 중 한 사람이다. 마틴의 주요 작품 54점이 소개되는 이번 전시는 리움미술관, 일본의 오사카 국립국제미술관과 나고야시 미술관, 뉴욕의 휘트니 미술관과 디아파운데이션을 비롯하여 페이스 갤러리, 조지 에코노무 컬렉션을 포함한 해외 소장자의 협력을 통해 이루어졌다. 또한 이번 전시는 테이트 모던(Tate Modern Museum) 관장을 역임한 이화여대 초빙석좌교수 프란시스 모리스(Frances Morris)를 게스트 큐레이터로 초대하여 기획되었다.
《아그네스 마틴: 완벽의 순간들》은 순수 추상을 추구한 미국 작가 아그네스 마틴의 작업 세계를 조명하는 한국에서의 첫 미술관 전시이다. 아그네스 마틴은 컬럼비아대학 시절 선불교와 도교 사상을 접했고 이는 그의 작업에 많은 영향을 미쳤다. 같은 시기, 한국에서는 아방가르드한 실험미술과 단색화가 전개되고 있었다. 이번 전시는 아그네스 마틴의 작업을 동양 사상의 관점에서 바라보는 한편, 그의 실험적이고 명상적인 작업을 동세대 아시아 작가의 작업과 나란히 두고 서로의 관계와 동조성을 고찰하는 자리가 될 것이다.
◇ 구상회화를 떠나 혁신적인 미니멀리즘으로
아그네스마틴은 1955년을 기점으로, 유기적이고 생체적인 형태를 벗어나 원형, 삼각형, 사각형과 같이 좀 더 형식적이고 기하학적인 언어와 차분한 색상으로 옮겨간다. 1950년대 후반에는 대상의 재현과 모방이 사라지고 다양한 선과 격자 형태가 나타난다. 1964년에 제작된 〈나무〉(The Tree)는 마틴의 이러한 변화를 잘 보여주는 혁신적이고 미니멀한 작품이다.
1967년, 아그네스 마틴은 뉴욕에서의 작품 활동을 중단하고 여행을 떠났다. 이후 1974년부터 뉴멕시코주 시골 마을인 타오스에 은둔하며 작업을 이어갔다. 그리고 2004년 세상을 떠날 때까지 30여 년 동안 동일한 방식으로 작업을 하였다. 이 시기 마틴은 명상을 통해 얻은 ‘영감’을 회화적으로 표현하며 고유한 이미지를 찾아갔다. ‘완벽함’을 추구한 마틴은 작품의 크기, 색상, 기법 등을 치밀하게 계획하고 그 안에서 색과 선을 무한히 반복하고 변주하며 화면을 채웠다.
특별히 이번 전시에서 소개되는 〈어느 맑은 날〉(On a clear day, 1973)은 아그네스 마틴의 작업 생애에 있어서 중요한 전환을 암시한다. 실크스크린 기법으로 제작된 30점의 작품이 앙상블을 이루는 〈어느 맑은 날〉(On a clear day, 1973)을 통해 향후 마틴의 작업이 형식과 내용 면에서 어떠한변화를 일으킬지 예견할 수 있다.
◇ 삶의 마지막 10년, 고요한 명상 속 떠오른 이미지
아그네스 마틴이 삶의 마지막 10년 동안 몰입했던 시리즈를 소개한다. 1993년 건강상의 이유로 양로원에서 지내던 마틴은 매일 작업실을 찾으며 붓을 놓지 않았다. 몸이 쇠약해지며 작품 크기도 줄었다. 1999년 제작된 여덟 점의 연작 ‘순수한 사랑’(Innocent Love)에 대해 마틴은 고요한 명상 속에서 떠오른 이미지를 그린 것이라고 말했다. 회색 모노크롬 작품들과 달리 반투명한 광채와 기쁨, 예찬이 담긴 ‘순수한 사랑’ 연작과 함께 마틴의 예술 여정은 끝을 맺는다.
아그네스 마틴은 1912년 캐나다의 서스캐처원주에서 태어났다. 1931년 미국으로 이주하여 뉴욕과 뉴멕시코 타오스에서 미술을 공부하고 가르쳤다. 1950년 미국 시민권을 취득한 후, 마틴은 본격적으로 화가로서의 활동을 시작했으며, 1960년대 이후 미국 미술계의 주요 인물 중 하나로 성장했다. 당시 마틴은 애드 라인하르트, 엘스워스 켈리, 바넷 뉴먼과 교류하였다. 순수 추상을 추구한 마틴의 작품은 종종 미니멀리즘의 맥락에서 논의되기도 했으나 마틴은 모더니즘 작가로 분류되는 것을 거부했다. 1960년대 후반부터는 뉴멕시코주에서 홀로 생활하며 자신만의 다채로운 예술언어를 발전시켰다. 또한 절제된 방식으로 아름다움과 순수의 완벽성을 추구했다. 그의 명상적이고 서정적인 작품은 시대를 초월하여 많은 이들에게 감동을 주었다. 마틴은 2004년, 92세의 나이로 뉴멕시코주 타오스에서 세상을 떠났다.
강릉 솔올미술관
강릉 솔올미술관은 지난 2월 14일 많은 관심을 받으며 개관했다. 개관전으로 선보인 《루치오 폰타나: 공간·기다림》과 《In Dialog: 곽인식》 전시에 2만 7천여 명 넘는 관람객이 방문하며 솔올미술관은 지역 미술관의 성공 사례로 주목받고 있다.
◇ 전시 연계 웰니스 프로그램
전시연계 프로그램 '호흡이 있는 솔올의 아침' / 솔올미술관 제공
솔올미술관은 '소나무가 많은 고을'이라는 뜻처럼, 미술관 주변으로 소나무가 우거진 아름다운 공원이 조성되어 있어 미술 감상과 함께 자연 속에서 여유와 쉼을 찾을 수 있는 특별한 경험을 제공한다. 특히, 이번 전시에서는 명상을 통해 얻은 ‘영감’을 회화적으로 표현한 아그네스 마틴의 철학과 예술 세계를 더욱 깊이 경험할 수 있도록 명상과 요가 프로그램을 진행한다.
전시 연계 프로그램 '명상이 있는 솔올의 아침' / 솔올미술관 제공
명상 전문가와 함께하는 ‘명상이 있는 솔올의 아침’은 자연에서의 명상을 통해 아그네스 마틴의 작품 속 메시지를 몸과 마음으로 느낄 수 있도록 기획되었다. 숲속의 새소리, 산에서 불어오는 바람, 일렁이는 물결, 시시각각 변하는 미술관에서의 햇살을 경험하며 명상을 하고 따뜻한 차와 커피를 즐긴 후 전시를 감상한다. 참여자들은 자연과 건축, 예술이 전하는 영감과 여유로움 속에서 휴식과 명상의 시간을 가질 수 있다.
그 외에도 '호흡이 있는 솔올의 아침' 요가 프로그램, 어린이 체험 프로그램, 강연 프로그램, 음악 연주회 등 다채로운 프로그램을 통해 색다른 예술 경험과 힐링의 시간을 제공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