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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립 미술아카이브 개관, 기록과 예술이 함께하는 미술관

구글 선호 매체로 추가

국내 국공립 최초…서울 평창동에 1691평 규모 4500권 도서 '레퍼런스 라이브러리'까지 갖춰

사진=서울시립미술관
사진=서울시립미술관

서울시립 미술아카이브가 서울 종로구 평창동에서 4월 4일 개관한다. 

서울시립미술관은 서울시립 미술아카이브(Art Archives, Seoul Museum of Art) 개관을 앞둔 29일 서울 종로구 미술아카이브에서 언론 공개 행사를 갖고 개관 기념 전시로 준비한 기획전 시인, 번역가, 비평가, 교육자 최민(1944~2018) 컬렉션 '명랑 학문, 유쾌한 지식, 즐거운 앎' 전시장에 최민 기증품을 전시하고 있다.

서울시립 미술아카이브는 기록과 예술이 함께하는 미술관이다. 현대미술의 중요 자료를 수집, 보존, 연구하고 전시·교육 등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국내 국공립 최초의 아카이브 전문 미술관으로 기록과 예술이 함께하는 미술관이다. 미술아카이브는 여러 개인과 단체가 남긴 한국 현대미술의 발자취를 좇아 수많은 기록과 자료를 선별해 수집하고, 보존하고, 연구한다. 또한 아카이브를 매개로 한 활동을 통해 다양한 사용자들과 관계를 맺고, 새로운 예술의 틀을 마련한다.

미술아카이브는 지난 2014년 건립준비를 시작해 2019년 9월 착공, 총 공사비 총 267억원을 투입해 대지 7300 제곱미터 부지에 연면적 5590제곱미터(약 1700평)로 들어섰다. 원래는 가스 충전소가 설치될 예정이었으나 미술문화공간이 들어서야한다는 지역 미술인들의 요청에 서울시가 미술문화복합시설을 조성하기로 결정했다.

건물은 크게 3개 동으로 나뉜다. 모음동, 배움동, 나눔동은 모두 독립된 건물로 이뤄졌으며 각 동 마다 그 역할이 다르다. 모음동은 미술아카이브의 보존과 연구, 전시 기능이 모인 공간으로 전시실을 비롯 미술관련도서 4500여권을 갖췄다. 미술아카이브 원본 자료를 전문아키비스트와 함께 열람할 수 있는 리서치랩도 이곳에 위치한다. 배움동에서는 교육프로그램이, 나눔동에서는 학술 행사나 공연을 할 수 있는 다목적 홀과 카페가 자리했다.

서울시와 서울시립미술관은 미술아카이브 개관을 위해 2017년부터 지금까지 작가노트, 드로잉, 육필 원고, 일기, 서신, 메모, 사진, 필름, 도서 등 예술기록을 중점적으로 수집해왔다. 아카이브는 22개 컬렉션 5만7000여건에 이른다. 수집한 자료는 목록화, 디지털화, 보존처리가 완료돼 누구나 쉽게 검색하고 살펴볼 수 있게 했다. 미술아카이브를 온라인으로 열람·활용할 수 있는 플랫폼인 ‘디지털미술아카이브’에서는 9개 예술기록 컬렉션을 공개 중이다.

 

사진=서울시립미술관
사진=서울시립미술관

서울시립미술관은 미술아카이브 개관에 맞춰 4월 4일부터 12월 31일까지 'SeMA-프로젝트 A'를 연다. 참여작가는 정현, 정소영, 홍명섭, 김인겸, 홍석호, 황혜선, 김홍석, 고산금 작가이다. 다음은 서울시립미술관의 SeMA-프로젝트 A 소개문.

 

SeMA-프로젝트 A

SeMA-프로젝트 A는 여러 동과 부지로 이루어진 서울시립 미술아카이브의 공간들을 탐색해보는 프로젝트입니다. 각 공간과 조응하는 서울시립미술관의 소장품, 커미션 설치를 통해 서울시립 미술아카이브 모음동의 옥상정원, 나눔동과 배움동의 공간들을 방문해봅니다.

모음동은 경사로의 지형을 따라 직육면체가 계단처럼 이어진 건물로, 각 층에는 경사로에서 접근할 수 있는 계단식 옥상 정원이 자리하고 있습니다.  2층, 3층, 4층 각 층의 옥상정원에는 모음동 건축의 기하학적인 조형에 대비하여, 전통적인 조각 제작양식을 새로이 해석한 작품을 감상할 수 있습니다. 새로운 형상을 빚어 만드는 조각이 아닌, 세월이 지나 원 용도를 잃어버린 재료를 사용하는 정현의 〈무제〉가 프로젝트 A의 출발지점이 됩니다. 이어 계단을 따라 3층으로 올라가면 알루미늄 패널을 말리고 펼쳐 불연속적인 시간의 궤적을 조형화한 정소영 작가의 〈항해자〉, 감싸서(envelope) 형상을 만드는 캐스팅 방식을 해체, 평면에서 오려낸 형태를 세우는 펼치기(develop) 전략을 전개하는 홍명섭 작가의 〈De-veloping-Silhouette Casting〉을 만날 수 있습니다. 4층 옥상정원에는 보는 각도에 따라 평면과 입체를 오가는 김인겸의 〈빈 공간〉, 철판 면을 접어 면과 면이 만나는 새로운 공간을 펼쳐보이는 홍석호의 〈철판접기〉가 각각 입체적 형상을 만드는 조각의 새로운 실험들을 보여줍니다.

모음동 맞은편에는 미술아카이브를 배움과 참여로 연결하는 배움동, 나눔동이 자리하고 있습니다. 배움동과 나눔동에는 우리가 늘 마주하면서도 쉽게 지나치는 일상의 풍경, 경험에 대하여 질문을 던지는 작품들을 만나볼 수 있습니다. 배움동 1층에는 풍선을 한아름 안고 있는 장면을 포착한 황혜선의 〈풍선들〉이 사소한 주변의 이야기를 상상해볼 수 있습니다. 〈풍선들〉을 보고 돌아서면, 주변에서 쉽게 발견되는 종이 상자를 브론즈로 캐스팅하여 작품의 주체로 세운 김홍석의 〈계단 형태- 연단 1〉은 작품의 재료가 갖는 상징성은 무엇인지, 그리고 위태롭게 쌓아 올린 종이상자와 마이크의 연단이 상징하는 공공성은 무엇인지를 질문하고 있습니다. 나눔동 1층에는 김동인 소설 『배따라기』의 한 장면의 텍스트를 구슬로 바꾼 고산금의 〈배따라기(김동인 소설)〉 만날 수 있습니다. 작가는 글자를 구술로 치환하면서, 매일 매일 텍스트를 읽는 우리의 경험에 대하여 새로운 시선을 던집니다.

서울시립 미술아카이브의 건축은 평면으로는 4개 부지에 펼쳐진 모습이면서도 입면에서는 점층적으로 쌓아 올려진 형상을 하고 있습니다. SeMA-프로젝트 A는 펼쳐지고 모이는 모습으로 빚어진 미술아카이브의 공간을 거닐며 새로운 장소에서 다시금 놓인 작품에 대한 다양한 관점을 촉발합니다.

 

 
1. 정현, 〈무제〉
〈무제〉는 경상도 지역에 위치했던 한 향교에서 온 것으로 추정되는 대들보를 활용하여 제작한 작품입니다. 흰개미가 좀먹은 구멍들로 가득한 이 대들보는 7m가 넘는 길이로, 낡아버려 더 이상 그 하중을 지지할 수 없게 되었음에도 그것이 지탱한 공간이 얼마나 거대했을지를 짐작게 해줍니다. 낡고 바랜 단청은 그 색이 찬란하게 선명했을 시절과 바래지기까지의 긴 세월을 돌아보게 합니다. 정현 작가는 재료에 지나친 변형을 주지 않고 오히려 재료와 조응하여 그 특성을 잃지 않도록 하는 작업을 이어오고 있습니다. 버려진 구조물이 품고 있는 힘을 표면 밖으로 드러내며, 오랜 시간을 버텨온 서원의 대들보는 우리 삶의 질곡의 시간, 고난의 기억들을 응축하고 있습니다.
 
2. 정소영, 〈항해자〉
〈항해자〉는 2차원의 표면이 말리고 펼쳐지며, 안이 바깥이 되고 바깥이 안으로 밀려드는 시간의 궤적을 조형화한 작업입니다. 작가는 몸과 무게를 사용하여 알루미늄 패널의 끝과 끝을 맞닿게 하거나 굴리거나 겹쳐, 다른 차원과의 거리를 좁히거나 표면에 닿아가는 항해의 개념을 공간과 움직임으로 환원시킵니다. 정소영 작가는 시간과 공간, 자연과 우주의 변화하는 현상에 주목하고 이와 관련한 역사적, 장소특정적, 사회·과학적 맥락에 개입하는 새로운 서사를 만드는 작업을 이어오고 있습니다. 〈항해자〉는 여러 겹의 면들이 교차되고 중첩되는 형상을 따라 단절되었다 이어지고 다시 길을 잃는 시간의 여정으로 관람자를 이끕니다. 시점의 충돌, 차원의 교차, 다중적 경험을 불러일으키는 조각들은 끝없이 새로운 우연을 만들며 인간 역사 속에서 변형되고 새롭게 구축되는 자연의 생성과 소멸의 시간을 조우합니다.
 
3. 홍명섭, 〈De-veloping-Silhouette Casting〉
〈De-veloping-Silhouette Casting〉은 철판을 가위의 실루엣(Silhouette)대로 커팅하여 이를 수직으로 세운 작품입니다. 가위라는 독립된 형상(존재)인 동시에 철판을 오려낸 흔적(부재)으로서 이미지와 일루전의 경계에 있는 이 작품은 사물을 고정된 인식으로부터 해방시키며, 해체의 미학을 구현합니다. 홍명섭 작가는 작가와 작품과의 만남, 관람자와 작품과의 만남을 ‘인연’, ‘촉발’ 등의 단어로 설명하며, 예술에 있어 모든 고정된 가치로부터의 해방을 추구하는 작가이기도 합니다. 시리즈를 칭하는 ‘de―veloping’은 ‘감싸다, 뒤덮다’의 뜻을 가진 ‘envelop’과 어원적으로 반의어인 ‘develop’에서 모티프를 얻은 것입니다. 작가는 작품 속에서 ‘en―veloping’과 ‘de―veloping’이라는 단어를 서로의 반대항으로 사용하면서 ‘―less’의 미학을 추구하는 자신의 작품관을 끊임없이 드러내 왔습니다.
 
4. 김인겸, 〈빈 공간〉
〈빈 공간〉은 평면과 입체 사이를 오가는 일종의 착시 효과를 불러일으키면서 작품의 물리적인 현존과 그것이 놓인 공간 사이에 무한한 공간을 보여주는 작품입니다. 작품의 한쪽 면은 완전한 평면으로 이루어져 있지만, 다른 한쪽 면에서는 동그랗게 뚫려 비어 있는 공간을 감상할 수 있습니다. 김인겸 작가는 전통적인 조각의 볼륨과 매스에서 완전히 벗어나 스테인리스스틸을 주재료로 한 ‘면’의 조형을 통해 공간의 점유가 아닌 ‘비어있음’을 제시합니다. 이를 통해 물리적으로 현존하는 공간을 넘어 사유의 공간으로 우리를 인도합니다. 또한 이러한 ‘빈 공간’은 작품이 놓인 공간 공간마다의 새로운 풍광의 여백이 되어, 공간을 담아내는 새로운 캔버스가 됩니다.  
 
5. 홍석호, 〈철판 접기〉
〈철판 접기〉는 철판의 재료적 특성을 최대한 수용하면서, 작가 자신의 의도적인 제작 행위는 최소화하는 조형적 실험을 보여주는 작품입니다. 홍석호 작가는 공존이 불가능하다고 여겨지지만, 긴 시간과 과정을 거쳐 마침내 공존하게 되는 대상과 관계들 안에서 나름의 가치를 찾고자 했습니다. 이러한 예술관을 시각적으로 표현하기 위해 작가는 크고 작은 면들로 철판을 분할하고, 접었을 때 생기는 면과 면의 접점이 상호작용을 이루는 공간을 형성하도록 했습니다. 각 면이 서로 어긋나면서 긴장감이 창출되고, 독특한 면의 분할로 시각적 역동성이 연출되고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접힌 각도와 절단 방식으로 각기 다른 형태를 한 면들은 서로 기대고, 어긋나지지만, 그러한 형태를 작동시키는 원칙은 하나라는 것을 보여주는 작품입니다.
 
6. 황혜선, 〈풍선들〉
〈풍선들〉은 황혜선 작가가 매일 작업실에 나가 그린 드로잉을 공간으로 옮겨 놓은 '드로잉 조각(Drawing Sculpture)' 중 하나로 평범한 사물들을 소재로 하는 작가의 소소한 일상과 기억들에서 떠오른 감정을 이야기하는 작품입니다. 멀리서 보면 평면작업처럼 보이지만 가까이서 보면 벽에 살짝 띄워져 입체감을 갖게 됩니다. 풍선을 한 아름 안고 있는 이의 모습은 작가의 경험 속 단편적 이미지이기도 하며, 누구나 하나쯤은 기억에 간직하고 있을 만한 장면들은 작가의 기억 속 한순간에서 출발하여 보는 이의 기억 깊은 곳에 있는 감정들까지 떠올리게 해줍니다. 반짝이고, 다치거나 상하기 쉬운 이들 사물들은 예민하고 섬세한 감성들을 은밀하게 드러내는 메타포로서 부드럽고 자연스러운 소통 방식을 보여줍니다.
 
7. 김홍석, 〈계단 형태-연단 1〉
〈계단 형태-연단 1〉은 김홍석 작가가 생각하는 주관적인 ‘공공성’을 반영하는 기념물을 간단한 드로잉과 설명문으로 제안한 공공미술 프로젝트 <퍼블릭 블랭크(Public Blank)>의 연장선 상에 있는 작품입니다. 길거리나 공공장소에서 쉽게 발견할 수 있는 종이박스를 브론즈로 캐스팅하여 불안정한 구조로 쌓아 올렸으며, 기능할 수 없는 마이크와 함께 설치하여, 제 역할을 할 수 없는 비현실적인 연단을 의도적으로 조성하였습니다. 공공장소에서의 발언을 목적으로 하는 연단의 형상을 하고 있지만, ‘연설’이라는 기능이 제거된 상징적인 오브제로만 남게 됩니다. 이를 통해 동시대 미술에서 주목하는 공공성, 공공미술, 공공 기념물이라는 주제에 관하여 의문을 제기합니다. 또한 〈계단 형태-연단〉은 김홍석 작가가 2008년부터 진행한 ‘부차적 구성(Subsidiary Construction)’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미술작품 또는 어떤 주체적 대상을 보조하는 사물들, 즉 미술작품을 보호하기 위한 포장재, 상품을 담은 종이상자, 물품이 담긴 비닐봉지 등의 주변적 재료들을 주된 주체로 치환한 작업 중 하나입니다.
 
8. 고산금, 〈배따라기(김동인 소설)〉
〈배따라기(김동인 소설)〉는 고산금 작가가 김동인 소설가의 『배따라기』 중 자신에게 결정적 인상을 남긴 부분을 검은 금속 위에 스테인리스 구슬로 필사한 작품입니다. 작가는 『배따라기』의 문자를 구슬로 대체하고 단어 사이의 공간을 빈틈으로 남겨 텍스트의 내용을 탈각시키고 물질화합니다. 이 과정 속에서 텍스트가 간직한 서정성, 통속성, 현대성 등의 정서는 스테인리스 구슬의 침묵 속으로 사라집니다. 의미의 차원에서 형태의 차원으로 옮겨진 글자는 시각성(visuality)으로서만 존재하게 되며, 말이 의미를 발생시킬 때 숨어버리는 글자들의 차이, 간격, 공백이 구슬 배열의 리듬에 의해 드러납니다. 이처럼 고산금의 작품은 읽을 수는 없지만, 작가가 읽어낸 모든 글자는 이미 보이는 노래이자 들리는 이미지라고 할 수 있으며, 작품 자체를 문화, 사회적 현상을 은유하는 상징물로 부각시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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