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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립 북서울미술관 '조각충동 Sculptural Impulse'

구글 선호 매체로 추가

2022. 6. 9.~2022. 8. 15.

사진=서울시립미술관 제공
사진=서울시립미술관 제공

서울시립미술관(관장 백지숙)은 6월 9일부터 8월 15일까지 총 북서울미술관에서 <조각충동 Sculptural Impulse>을 개최한다.

이번 전시는 서울시립미술관의 2022년도 기관 의제인 ‘제작’을 기반으로 미술 현장, 특히 조각의 변화 경향을 종합적으로 분석하고 시각화하며, 현실적 담론을 담아내는 확장된 장으로 조각, 영상 등 총 66점이 전시된다.

현재 미술계 내외에서 주목받고 있는 ‘조각’을 다루고 있는 젊은 작가 강재원, 고요손, 곽인탄, 김주리, 김채린, 돈선필, 문이삭, 신민, 오제성, 우한나, 이동훈, 정지현, 최고은, 최태훈, 최하늘, 황수연, 홍예준 등 총 17인의 작품이 선보인다.

그간 신생공간 등에서 소규모로 다루어졌던 조각의 변화를 종합적이고 거시적인 관점에서 해석하고 맥락화하며, ‘지금 왜 조각인가’라는 질문을 이끈 동시대 조각의 ‘변화 지점’에 대한 기본적인 연구와 자료를 축적할 수 있도록 구성한다.

서울시립미술관의 2022년도 기관 의제인 ‘제작’을 기반으로 작가 중심의 현실적 담론을 공론화하고 조각의 역사적 지형적 위치를 정리하는 <강연과 대담> 프로그램을 마련하여 동시대와 호흡하는 미술관이 되고자 한다. 구체적으로 제작 환경의 변화, 시장과 작품 보관의 문제 등을 다룰 예정이다.

시민들에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19 이후 스크린과 온라인 감각을 내재화한 물리적 작품 감상의 경험과 그 의의를 생각해볼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

<조각충동>은 현재 미술계 내외에서 주목받고 있는 ‘조각’을 다루고 있는 젊은 작가 17인의 작품들을 선보인다. 

전통 조각의 신체성, 이미지, 물질, 위상을 새롭게 구상하는 동시대 조각들의 시도를 현실을 지배하고 있는 ‘이미지’, ‘사물’, ‘데이터’, ‘위치(사회적, 장소적)’로부터 탈주하려는 미술의 모험으로 조망한다.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19로 비대면 환경이 일상화되면서 가상현실(4D) 시대의 급속한 도래를 앞두고, 가상현실을 통해 근본적인 감각이나 관점이 변화할 때, 조각은 이러한 환경변화를 어떻게 감지하고 응답하고 있는지 살펴본다.

이번 전시에서는 특히 미술관의 물리적 공간을 꿰뚫는 것처럼 설치되거나, 현재의 조각을 은유하며, 관객과 소통하는 작품들이 선보인다.

전통 조각의 신체성, 이미지, 물질, 위상을 새롭게 구상하는 동시대 조각들의 시도를 현실을 지배하고 있는 ‘이미지’, ‘사물’, ‘데이터’, ‘위치(사회적, 장소적)’로부터 탈주하려는 미술의 모험으로 조망한다.

과거부터 익숙한 ‘조각’과 닮아있지만 그 신체성, 이미지, 물질, 위상에서 기존과는 다른 내적 구성 논리를 가진 작품들을 선정하였다. 전통적 조각을 지지체 삼아 ‘조각이 무엇인지’, ‘입체가 어떻게 의미를 발생시킬 것인지’ 질문하고 한편으로 모바일폰의 스크린이나 비대면 환경의 신체를 경유하는 동시대의 감각과 비평적 관점을 실어내는 것이, 지금의 조각에서 선결 과제가 되었기 때문이다.

구체적으로는 '조각이며 조각이 아닌 조각', '관계 맺는 조각', '이미지, 사물, 데이터, 위치로부터 탈주하려는 조각', '존재 조건을 재구성하는 조각' 등을 만나볼 수 있다.

이를 통해 작가들은 사회적 환경과 존재 기반의 변화에 따라 달라지고 있는 조각의 위상을 가로질러 현실을 지배하고 있는 ‘이미지’, ‘사물’, ‘데이터’, ‘위치(사회적, 장소적)’로부터 미술적 실천을 발생시키며 탈주하려는 의지를 펼친다. 이는 곧 시각틀이자 사회적 의미망과 유통망까지 함축하고 있는 시각장에 조각을 던져 틈을 내고, 조각을 조각으로, 미술을 미술로 만드는 동력이 될 것이다.
 
전시 연계 프로그램으로는 조각 담론 확장과 작가 중심의 제작 환경을 논의하는 <강연과 대담>이 7월 23일 북서울미술관에서 개최되며, 전시 작품인 <사랑의 여름>을 퍼포머와 함께 다른 방식으로 작동시키는 <조각활용극>이 매월 1일 2회 펼쳐진다. 

또한 서소문 본관에서는 참여작가인 고요손이 먹는 조각을 활용한 예술가의 런치박스 <굿 애프터눈>을 진행할 예정이다. 

전시는 예약 없이 관람 가능하며 서울시립미술관 전시도슨팅 앱을 통해 음성으로 작품 해설을 들을 수 있다.

 

■ 작품 소개

▶문이삭

<A의 쇼는 계속되어야 한다 : 그 문 이후>는 작가가 2017년도부터 시작한 <A> 시리즈의 기존 맥락을 해체하고, 이를 재료로 삼아 <뷰포트 연작>(2016-2017), <뼈-살>(2018) 등을 더해 재구성한 것이다. 작가는 가장 앞서 온·오프라인을 오가며 확장하는 '이미지'와 '사물', '시간'과 '시점', 그리고 그것을 아우르는 '과정'에 대한 실험을 지속해왔다. 때문에 이번 출품작은 조각에서 새로운 시작을 열었던 작가 중 한 명이 현재를 조망하는 작업으로도 의미가 있다. 작가는 이것을 현대 조각 역사의 원전인 오귀스트 로댕(Auguste Rodin)의 <지옥의 문>을 통해 풀어낸다. 형태적으로 지옥의 문과 닮은 이 조각은 문의 앞과 뒤가 각각 천국과 지옥을 향하는, 중간 지대인 연옥을 지시한다. 또한 관람자가 작품의 비어있는 내부를 통해 전시장의 여러 풍경을 투영해볼 수 있도록 하면서, 조각의 과거와 현재, 이미지와 물질, 그리기와 만들기 같은 다층적 시각 장을 펼쳐낸다. 최근 조각의 근본적인 방법론과 물성에 집중하고 있는 작가는 로댕의 <지옥의 문> 도상들을 해체된 자신의 작품들로 재해석하여 숨겨두었으며, 감상자가 조각의 물성과 구조를 그 자체로 감각할 수 있도록 각각의 조각들이 이미지화되는 것보다 전체 조각의 필수적인 구조로서 작동할 수 있게 결합하고 있다.

강재원, ‘S_crop’, 2022, 인플레이터블, 1층: 425 x 693 x 400cm, 2층: 315 x 496 x 200cm, 사진 = 서울시립 북서울미술관 제공
강재원, ‘S_crop’, 2022, 인플레이터블, 1층: 425 x 693 x 400cm, 2층: 315 x 496 x 200cm, 사진 = 서울시립 북서울미술관 제공


▶강재원

<S_crop>은 높이 5미터의 기존 작품 <스우시 Swoosh>를 디지털 3D 프로그램 안에서 4배 정도 확대하고 미술관의 치수를 본뜬 가상의 전시장 1, 2층을 관통하도록 배치한 다음, 전시장 안에 포함된 부분만 잘라낸(crop) 것이다. 보통 조각은 환경과 조각의 물성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는데, 3D 프로그램 안에서 작가는 좀 더 자유로운 시점에서 단단한 콘크리트 건물인 미술관의 전시장에 개입하고 조각을 변형한다. 커서로 돌리고, 당기고, 미는 움직임, 취소와 삭제로 만들어진 조각은 인플레이터블(inflatable; 부풀릴 수 있는 공기 주입식) 소재로 실제 공간을 차지하는 물리적 조각의 형태로 출력된다. 이 동시대적 재료 역시 공기가 빠지면 부피가 사라지고 2D의 껍데기만 남게 되는데, 작가는 이런 이유로 인플레이터블을 컴퓨터상에서 손쉽게 만들고 없앨 수 있는 느낌과 가장 유사한 조각적 매체라고 본다. 이러한 '디지털 조각 방식에 의해 조형되는 감각'과 실제 작품을 마주했을 때 느껴지는 압도적인 물리적 감각(거울처럼 비춰지는 표면을 더해)은 그 사이의 간극으로 인해 미래 조각의 특징을 미리 경험하게 한다.

곽인탄, (사진 중앙) ‘어린이 조각가’, 2022, 레진, PLA, 아크릴릭, 수성 페인트, 에폭시, 우레탄 폼, 철, 알루미늄 망, 374 x 176 x 142cm, 사진 = 서울시립 북서울미술관 제공
곽인탄, (사진 중앙) ‘어린이 조각가’, 2022, 레진, PLA, 아크릴릭, 수성 페인트, 에폭시, 우레탄 폼, 철, 알루미늄 망, 374 x 176 x 142cm, 사진 = 서울시립 북서울미술관 제공

▶곽인탄

① 어린이 조각가, 2022, 레진, PLA, 아크릴릭, 수성 페인트, 에폭시, 우레탄 폼, 철, 알루미늄 망, 374×176×142cm

② 팔레트 1, 2022, 레진, 석고, PLA, 우레탄 폼, 철, 수성 페인트, 기존 조각의 잔여물(석고 몰드, 좌대, 팔레트), 267×86×67cm

③ 동세 4, 2022, 레진, 아크릴릭, 에폭시, 우레탄 폼, 철, 175×59×48cm

④ 강박의 통제 불가능성, 2020, 시멘트, 레진, 타공망, 철, 스텐, 132×45×35cm

<어린이 조각가>는 미술사의 도상이나 동시대 시각 이미지, 작가의 기존 작품을 참조하여 연쇄적으로 전개되어 나가는 작가 본연의 제작 방법을 따르면서도, 어린 시절의 초심으로 돌아가 기존의 틀과 현실의 제약으로부터 자유롭고자 하는 의지를 보여준다. 이 작품의 높이는 3.7미터에 달하는데, 하체는 <다리가 계단이 될 때>에 사용되었던 다리 형태를 다채로운 컬러의 레진 점토로 다시 캐스팅해 주요 구조로 삼고, 그 위에 최근 2, 3년 동안 실험하였던 형상과 질감들을 펼쳐낸 것이다. 반면 상체는 2021년도 <동세> 연작의 출발점이 된 <조각 스터디 1>과 <조각 스터디 3>의 작은 모형의 일부를 스캔하여 3D 프린트로 확대 출력한 것이다. 손으로 조형한 작은 모형을 3D 이미지로 변환하여 다시 확대 출력한 조각은 하체의 질감과는 다른 시공의 결과물이면서, 이번 전시에 함께 출품된 <동세 4>, <강박의 통제 불가능성>의 정교함과는 다른 형태와 질감을 보여준다. <팔레트 1>은 기존 조각의 몰드로 쓰였거나 재료로 쓰였던 잔여물들을 그 자체로 지지체이자 조각으로서 직립시킨 것이다. 작가는 이를 통해 조각의 순수성과 조각의 의미에 대해 묻는다. 또한 <어린이 조각가>에서와 마찬가지로 조각의 전신을 팔레트 삼아 채색하는 실험을 전개하면서 새로운 전환점을 맞고 있다.

 

▶오제성

Index_초전리 미륵불,2020-2022, 세라믹, 나무, PLA, 사진 출력물, 220×300×200cm

<Index_초전리 미륵불>은 김해 진례면에 위치한 무연고 미지정 문화재를 사진으로 촬영한 것과 3D 스캐너로 미륵불의 네거티브 형태인 거푸집을 만들어 실제 미륵불과 같은 모양으로 만들어진 조각으로 구성되어 있다. 오제성은 민간의 영역에서 마을 주민들이 관리하고 있는 무연고, 미등록, 미지정 문화재들 중 돌조각 형태의 조형물에 관심을 가지고 이를 디지털 사진과 영상으로 기록해 두었다가, 그 이미지들을 점토로 재현해 보기도 하고 3D 스캔과 프린트 과정을 거쳐 여러 주조의 과정을 실험해 보기도 한다. 이러한 방식은 작가의 손으로 직접 재료를 안에서 밖으로 붙여 나가며 형상을 만들어내는 전통적인 조각의 제작 방식에서 불가능했던 반전, 변형, 왜곡과 같은 기술들을 가능하게 만들어준다. 특히 이번 전시에서는 실재 대상을 1.5배 확대하고 실제 존재하지 않는 내부 공간을 묘사한 조각이 더해져 전통을 재구성하고 조각의 영역을 가상세계로 연결하고자 하는 작가의 실험과정을 함께 살펴볼 수 있게 한다.

 

▶홍예준

① 소프트-고어텍스, 버드스파이크 존, 2022, 3D필라멘트, 버드스파이크, 혼합매체, 가변설치

② 소프트-고어텍스, 펄러비즈 케이블, 2022, 3D필라멘트, 낚싯줄, 펄러비즈, 혼합매체,

가변설치

<소프트-고어텍스> 시리즈는 '소프트 고어'와 '고어텍스'라는 단어를 자의적으로 합성한 것이다. 3D 펜으로 평면에 빠르게 반복해서 그려나간 <서징 슬리츠>는 <소프트-고어텍스>의 기초가 되는 작품으로 날카롭게 베이는 느낌의 '소프트 고어'가 반복되어 더미를 이루는 형상이다. 작가는 이 형상의 가벼움을 기능성 의류에도 많이 쓰이는 경량화, 기능화된 고어텍스 소재의 특성과 연결, 충돌시키고, 재료 덩어리들을 실제로 '출현'시킨다. 이는 작가가 현재 물성을 경량화하는 것을 시작으로 그것이 지연되거나 궤적이 드러나는 순간을 관찰하며, 작업 개체들이 디지털 이미지로 기록되었을 때 형성되는 착시의 요소들을 수집하고 있는 것에 조형적 기반을 둔다. 또한 태도적 측면에서 작가는 코로나19, 게임 이벤트, 분열하고 변이하는 영화 속의 설정에서 감각되는 급속한 가상화의 과정에 모종의 위기감을 가지고 이에 대비하는 신체의 무의식적인 순간들을 상상하며 작업을 진행해나가고 있다. 3D 펜을 통해 반복하는 수행적인 작업은 마치 UFC 선수들이 위기의 순간에 무의식중에도 결정적 역습을 할 수 있도록 끊임없이 훈련하고 시뮬레이션하는 행위로 치환된다. 이것은 디지털과 현실이 융합되었을 때, 모든 것이 디지털 플랫폼으로 매개될 때의 감각과 물화에 대한 작가의 응답일 것이다.

 

▶ 고요손

'사랑의 여름 Summer of love'

① 리더, 2022, 혼합매체, 255×90×145cm

② 싱어, 2022, 혼합매체, 150×50×110cm

with 장필순(싱어의 목소리)

③ 러버, 2022, 혼합매체, 175×200×210cm

with 소키장(타투)

④ 가동되지 않는 분수대, 2022,

혼합매체, 180×125×210cm

⑤ 부츠, 2022, 혼합매체, 50×60×60cm

with 선점원(봉제 및 공동제작)

⑥ 정류장, 2022, 혼합매체, 200×380×200cm

with 김경언(공동제작), 이건정(그래픽디자인), 홍지호(시), shy asian,

위지영(음악)

⑦ 먹는 조각 1, 2, 2022, 혼합매체,

50×30×30, 50×30×30cm

with 진진키친(디저트)

<사랑의 여름>은 관람객이 올라갈 수 있는 좌대이자 무대 위에 1960년대 미국에서 발생한 '히피문화'의 가수, 리더, 연인을 의미하는 등장인물 조각과 조각활용극에 등장할 퍼포머인 여행가, 무대세트로 위장한 정류소 세트 조각이 각자의 역할을 수행하도록 구성되어 있다. 작가는 고전 조각에서 많이 다루어졌던 리더의 동상이나 껴안고 있는 연인의 포즈, 움직이는 조각에 인간성의 회복, 자연에의 귀의를 설파하였던 '히피'의 신념을 덧씌우면서 기성의 사회통념, 제도, 가치관을 부정하되, 사랑을 노래하는 조각으로 재탄생시킨다. 또한 타투이스트, 가수, 퍼포머 등과의 협업을 통해 조각에 다른 층위의 관계와 맥락을 발생시킨다. 이는 곧 조각 간의 서사, 퍼포머와 관람객의 움직임, 쉼터라는 기능을 부여받은 세트 조각과도 결합하면서 무대 단상과 조각 좌대, 연기자와 인물 조각 사이의 간극에 대한 상상과 감각의 확장을 일으킨다. 관람자는 좌대에 올라가 하나의 조각이 될 수 있다.

*정류장 안의 의자에 앉아 헤드폰을 착용하면 싱어의 목소리와 조각 활용극의 배경음악을 들을 수 있다.

 

▶ 우한나

'Bag with you_ Take your shape' 시리즈

① 음각 켈로이드, 2022, 패브릭, 솜, 100×96×18cm

② 블리딩 웰, 2022, 로프, 150×50×13cm

③ 일곱반고리관, 2022, 패브릭, 솜, 100×100×23cm

④ 더블햄스트링, 2022, 패브릭, 솜, 110×40×8cm

⑤ 멀티플 암즈, 2022, 패브릭, 솜, 140×80×10cm

⑥ 후방안구, 2022,

패브릭, 솜, 비즈, 120×45×45cm

⑦ 착상, 2022, 패브릭, 솜, 57×90×27cm

⑧ 사색가, 2022, 패브릭, 솜, 비즈, 23×17×10cm

⑨ 오렌지본, 2022, 스틸, 패브릭, 95×50×10cm

⑩ 아가미, 2022, 패브릭, 솜, 비즈, 27×10×30cm

<Bag with you_ Take your shape>은 신체 장기를 염두에 두고 만든 패브릭 조각 시리즈로 실제로 착용할 수 있다. 이러한 패브릭 오브제는 2019년 작가의 신장 하나가 건강을 잃어 치료를 받으며 느꼈던 감정과 감각을 토대로 시작되었다. 패브릭 조각의 제작 방법은 개복 수술의 방식이 참조되었으며, 실제 제작은 고도의 집중 상태에서 일부 즉흥적인 바느질로 이루어진다. 잃어버린 신체에서 시작한 작업이지만 마치 가방처럼 손쉽게 탈부착할 수 있고, 패셔너블하여 이전의 소프트 조각과는 차이를 보인다. 작가는 모델들과 화보를 촬영하며 이를 이미지화하고, 마치 패션처럼 유통시킨다. 또한 이번에는 아가미, 후방 안구, 자궁 등을 착용할 수 있게 함으로서, 인간의 기능과 감각을 향상시키는 보철로서, 겪어본 적 없는 감각을 발생시키고자 한다. 조각을 걸친 관람자는 움직이는 오브제가 되어, 서로의 결핍을 위로하고 이해하며 응원하는 익명의 관람자들 속에서 임시적 퍼레이드에 참여하게 된다. 조각을 걸치지 않은 관람자는 이러한 퍼레이드를 관람하며, 착용하는 사람의 신체와 패션에 따라 매번 다르게 어우러지는 오브제를 색다르게 감각할 수 있다.

 

최하늘, ‘강철이(強鐵)(깡철)’, 2022, MDF, 에코보드, 스폰지, 포맥스, 은경, 금속, 스티로폼, 가변 설치, 사진 = 서울시립 북서울미술관 제공
최하늘, ‘강철이(強鐵)(깡철)’, 2022, MDF, 에코보드, 스폰지, 포맥스, 은경, 금속, 스티로폼, 가변 설치, 사진 = 서울시립 북서울미술관 제공

▶최하늘

① 백좌용비석, 2022,

시멘트, 180×35×18cm

② 강철이(強鐵)(깡철), 2022, MDF,

에코보드, 스폰지, 포맥스, 은경, 금속, 스티로폼, 가변설치

마주 보고 있는 <강철이(強鐵)(깡철)>와 <백좌용비석>은 각각 총체적으로 확장하고 있는 조각과 비물질 조각을 의미하며 현재 조각이 처해있는 상황을 은유한다. 작가는 조각이 새로운 재료나 기술을 그 자체로 소화해내지 못하고 임계점에 다다르자 총체화된 조각적 상황이 동원되기 시작했다고 본다. 이미지 시트지들, 드론 비행, 사운드 등 조각 외의 요소들이 덧붙여져 눈을 가리는 상황 말이다. <강철이>는 이렇게 전시장을 꽉 채우는 총체화된 조각을 용이 되지 못한 욕심 많은 이무기로 표현하면서 단일 조각의 탐구해야 할 과제를 상기시킨다. <강철이>의 반대편에 있는 <백좌용비석>은 QR코드를 통해 용의 형상이 떠오르도록 되어 있다. 돌이킬 수 없는 비물질화의 과정에서 연극적인 풍경을 일구는 것에 지쳐 조각이 더 이상 물질을 소유하는 것을 포기하고, 거기서 더 나아가 자기 몸체까지 포기하는 상황에 이른다면 어떻게 될지 질문하는 존재다. 강력한 물질적 흔적을 남기는 이무기는 용이 되는 순간 세상의 물질과 단절되는 새로운 영적 세계로 진입한다. 그렇다면 가상세계로 진입해 물질적 근거가 없는 조각은, 그 데이터는 조각인가? 실제로 누구도 본 적 없는 용을 기리는 기념비는 조각인가? 최하늘의 상호적인 두 개의 작품은 조각의 근본적 존재 조건에 질문을 던진다.

 

이동훈, (사진 중앙) ‘일곱 번째 감각’, 2022, 느릅나무에 아크릴릭, 180 x 350 x 300cm, 사진 = 서울시립 북서울미술관 제공
이동훈, (사진 중앙) ‘일곱 번째 감각’, 2022, 느릅나무에 아크릴릭, 180 x 350 x 300cm, 사진 = 서울시립 북서울미술관 제공

▶이동훈

① Not Shy, 2021, 잣나무에 아크릴릭, 94×45×40cm, 개인소장

② Next Level, 2021, 잣나무에 아크릴릭, 181×43×53cm, 개인소장

③ Savage1, 2022, 느릅나무에 아크릴릭, 185×45×40cm

④ Savage2, 2022, 느릅나무에 아크릴릭, 156×38×65cm

⑤ 일곱 번째 감각, 2022, 느릅나무에 아크릴릭, 180×350×300cm

공간의 모서리에 자리 잡은 <Not Shy>, <Next Level>, <Savage1>, <Savage2>는 동시대 걸그룹의 포인트 안무를 '추고' 있다. 이 작품들은 잣나무와 느릅나무를 재료로, 세부 윤곽과 질감 표현 대신 전기톱과 끌을 이용해 형태의 큰 덩어리를 낸 후 신체 동작의 중첩을 표현해 빠르게 움직이는 안무 동작을 시각화한다. 그 후 마감처리 되지 않은 거친 나무의 표면 위에 실제 대상의 의상, 헤어와 비슷한 색을 입힌다. 회화를 전공한 작가는 평면과 입체, 움직임과 정지의 순간 위에서 회화적 조각, 조각적 회화를 실험하고 있다. 무엇보다 작가는 동시대 매체의 영상 감각을 조각에 효과적으로 담아내고 있다. 지금은 이미지와 동영상이 프레임과 스크린이라는 평면을 거쳐 감각되기 때문에, 움직이는 3차원 인체의 영상이 통나무라는 원통 형태의 제약 속에서 분절되고 평면화된 동세를 통해 구현되더라도 그 느낌을 실감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일곱 번째 감각>은 5명의 군무를 군상으로 제작한 것으로 K팝 아이돌 인물상에서의 탐구지점을 표현 방식과 스케일 면에서 확장하고자 한 것이다. 여러 통나무를 결합하여 원통형의 신체를 벗어나게 됨에도, 몸의 텐션이 느껴지는 정지 포즈와 다듬어지지 않은 나무 재료로부터 튀어나오는 듯한 형상을 통해 새로운 동세 표현을 시도한다.

 

▶신민

①-⑤ 우리의 기도-나는 동료들을 미워하지 않는다 나는 사랑한다

나는 껴안는다 나는 연대한다, 2022, 종이에 연필, 132×136×77cm, 140×120×72cm,

155×135×60cm, 130×118×62cm, 125×120×76cm

프로듀서 박성환

<우리의 기도-나는 동료들을 미워하지 않는다 나는 사랑한다 나는 껴안는다 나는 연대한다>는 저임금 고강도 서비스직에 밀집되어 있는 여성 노동자 군상이다. 작가는 한국의 다양한 서비스 직종에서 유니폼처럼 통용되는 머리망을 한 여성들의 모습을 통해 사회적으로 존재하는 차별과 혐오를 드러내고 노동자 간의 연대를 꿈꾼다. 이 조각은 종이를 잘게 찢어 붙여 피부를 만들고, 그 위에 흑연과 색연필로 형태를 그린 것이다. 이러한 종이나 작가가 자주 사용하는 '프렌치프라이 포대', 상업용 박스 등의 재료는 그 소모품적 특성이 시간제 노동자의 처지와 유사할 뿐 아니라 값비싼 재료가 주는 표현의 제약을 벗어나게 해주었다는데 의의가 있다. 또한 이 노동자들은 너무 많은 서약서와 계약서에 서명해서 속마음을 드러낼 수 없는데, 조각에서 강조된 입은 발화하는 기관으로서 사회적 메시지를 강력하게 전달한다. 이렇게 작가는 실제로 서비스직 노동자로 일하면서 겪었던 폭력적이거나 부조리한 상황, 혹은 서비스직 노동자로서의 자기 정체성을 주체적으로 인식해내는 과정을 담아내면서 조각의 의미가 어디에서 발생하고 조각이 어떻게 사회적 실천으로 작동할 수 있는지 보여준다. 작가는 조각뿐 아니라 극 형식의 퍼포먼스, 라디오, 워크숍, 사회관계망 서비스 집필 활동 등으로 논의를 확장해나가고 있다.

황수연, ‘소파쥐’, 2022, 프린트된 종이, 나무, 가죽, 276 x 115 x 180cm, ‘피셔 1, 2’, 2022, 프린트된 종이, 컬러 스프레이, 나무, PLA필라멘트, 175 x 48 x 270cm, ‘이펙터’, 2022, 프린트된 종이, 이펙트 스프레이, 글리터, 280 x 150 x 87cm, 사진 = 서울시립 북서울미술관 제공
황수연, ‘소파쥐’, 2022, 프린트된 종이, 나무, 가죽, 276 x 115 x 180cm, ‘피셔 1, 2’, 2022, 프린트된 종이, 컬러 스프레이, 나무, PLA필라멘트, 175 x 48 x 270cm, ‘이펙터’, 2022, 프린트된 종이, 이펙트 스프레이, 글리터, 280 x 150 x 87cm, 사진 = 서울시립 북서울미술관 제공

▶황수연

① 이펙터, 2022, 프린트된 종이, 이펙트 스프레이, 글리터, 280×150×87cm

② 피셔 1, 2, 2022, 프린트된 종이, 컬러 스프레이, 나무, PLA필라멘트, 175×48×270cm

③ 소파쥐, 2022, 프린트된 종이, 나무, 가죽, 276×115×180cm

<이펙터>, <피셔 1, 2>, <소파쥐>는 피터 브뤼겔(Pieter Bruegel)의 <맹인의 우화>(1568)를 모티브로 한 종이 조각이다. 이 '종이 몸'들은 크게 세 개의 덩어리로 이루어져 있는데, 서로가 서로를 몸의 부분으로 삼아서 끼워 맞출 수 있도록 만들어져있어, 하나로 묶여서 벗어나지 못하고 어딘지도 모를 앞날로 나아가는 덩어리들의 풍경을 보여준다. 작가는 그간 사람의 옷을 재단하는 자를 활용해 인체 스케일과 제스처를 형태의 기본 단위로 구성한 다음, 뼈대 위에 종이를 일정한 규칙을 통해 붙여 속이 텅 빈 '종이 몸'을 만들어 왔다. 이렇게 납작하고 가벼운 종이를 입체로 구성하면서 전통 조각의 내적 구조를 바꾸어 왔는데, 이번에는 부분적으로 나무를 사용하고 프린트된 이미지 데이터를 피부로 사용하여 변화를 시도한다. 작가는 얇은 종이가 중력과 장력을 이겨내면서, '텅 빈 몸'이라는 결핍을 안고 서 있는 것을 몸이 내포하고 있는 갈등을 드러내는 것이라고 보고, 이를 구조적으로 보여주고자 한다. 작가는 여기에 재료와 씨름하는 시간의 축적, 이로 인해 발생하는 종이 몸 존재에 대한 생물학적 관점, 작가의 일상에서 발생하는 섬세한 정서를 더하면서, 조각의 동시대적 특성을 포괄한다.

돈선필, (사진 좌) ‘자본주의의 고양이’ 시리즈, 2022, 레진, 아크릴, 피규어, (위) ‘균형의 왕’, 2021, 4k 비디오, 30sec(loop), ‘스크린 세이더’, 2021, 4k 비디오, 6min 47sec, 사진 = 서울시립 북서울미술관 제공
돈선필, (사진 좌) ‘자본주의의 고양이’ 시리즈, 2022, 레진, 아크릴, 피규어, (위) ‘균형의 왕’, 2021, 4k 비디오, 30sec(loop), ‘스크린 세이더’, 2021, 4k 비디오, 6min 47sec, 사진 = 서울시립 북서울미술관 제공

▶돈선필

① 자본주의의 고양이_앵거, 2022, 레진, 아크릴, 피규어, 59×52×42cm

② 자본주의의 고양이_트롤러, 2022, 레진, 아크릴, 피규어, 42×46×43cm

③ 자본주의의 고양이_그리퍼, 2022, 레진, 아크릴, 피규어, 71×47×40cm

④ 뱅크씬#001, 2022,

레진, 아크릴, 27.5×31×24cm

⑤ 뱅크씬#002, 2022,

레진, 아크릴, 19×59×16cm

⑥ 맥스케, 2021,

레진, 아크릴, 20×11.5×8.5cm

⑦ 균형의 왕, 2021, 4k 비디오, 30sec(loop)

⑧ 스크린 세이더, 2021, 4k 비디오, 6min 47sec

미로와 같은 형태와 고전적인 컴퓨터 모니터 화면의 색상을 가진 좌대 위에 놓인 작품들은 가장 뒤쪽부터 <균형의 왕> 시리즈, <스크린 세이더>, <뱅크씬> 시리즈, <자본주의의 고양이> 시리즈이다. 좌대 앞쪽에서 보면 세 종류의 작품 이미지들이 중첩되고, 이것들이 좌대를 따라 유기적으로 연결되면서 조각이라 불리는 장르의 기원을 전통 미술사 관점이 아닌, 대량생산 산업 시스템 혹은 인터넷 이미지 유통의 시점으로 그려낸다. 또한 작가는 '피규어'를 통해 조각의 안과 밖에서 '조각'을 사물화하여 진술하고 있다. <균형의 왕> 시리즈는 웹에서 재생산을 거듭하는 이미지가 실물의 몸을 얻고 다시 가공 이미지로 거듭나는 과정의 탐색이다. <스크린 세이더>, <뱅크씬> 시리즈는 아날로그와 디지털 기술을 교차시키는 열화 복제 과정에서 원본과 다른 자기 정체성을 구축해가는 피규어의 이야기이다. 가장 앞쪽에 자리 잡은 <자본주의의 고양이> 시리즈는 '인터넷 트래픽의 15%는 고양이와 관련되어 있다'는 사실, '고양이, 이미지로 트래픽을 끌어올린 신생 언론사'의 사례에서 출발해 밈과 인터넷 트래픽의 은밀한 권력이 인양해오는 행태를 위한 기념비로 제작되었다.

최태훈, ‘살-자소상’ 시리즈, 2022, 네스팅 테이블, 철제 선반, 우레탄 폼, 사진 = 서울시립 북서울미술관 제공
최태훈, ‘살-자소상’ 시리즈, 2022, 네스팅 테이블, 철제 선반, 우레탄 폼, 사진 = 서울시립 북서울미술관 제공

▶최태훈

① 살-자소상 1, 2022, 네스팅 테이블, 우레탄 폼, 160×100×85cm

② 살-자소상 2, 2022, 네스팅 테이블, 우레탄 폼, 175×95×90cm

③ 살-자소상 3, 2022, 네스팅 테이블, 우레탄 폼, 100×120×85cm

④ 살-자소상 4, 2022, 네스팅 테이블, 우레탄 폼, 230×180×140cm

⑤ 살-자소상 5, 2021-2022, 철제 선반, 우레탄 폼, 가변설치

<살-자소상> 시리즈는 이케아의 네스팅 테이블, 철제 선반을 뼈대로 구성한 후, 그 위에 우레탄 폼을 부풀려 붙인 작업이다. '살'은 신체 조직의 뼈대로서의 '살'과 피부로서의 '살'을 동시에 의미한다. 이케아 가구 같은 사물은 기본적으로 사용 방법을 바탕으로 촉각적으로 감지되게 마련인데, 작가는 이러한 기성품의 기능을 배제하고 사물의 형태만을 가지고 자의적이고 논리적으로 형태를 재구성해왔다. 또한 DIY 가구 홈페이지 추천 알고리즘을 통해 구입한 유닛이 소비자 개인의 특성을 반영하는 자소상이 될 수 있을지 그 정체성에 대해 질문하기도 했다. 이번 <살-자소상>은 앞선 작품들에서 한 발 더 나아가 사물의 기능과 형태로부터 독립을 시도하는 자생적 존재로서의 조각을 상상한다. 이 작품들은 마치 스스로 성장하는 유기체를 닮아있다. 특히 <살-자소상 5>는 우레탄폼으로 만들어진 살이 전시공간의 벽과 연결되는데, 이것은 사물에서 돋아난 살이 전시장으로 퍼져나가는 것 같기도 하고, 공간으로부터 파생되는 과정으로 보이기도 한다. 이것은 뼈와 살, 유기물과 무기물, 구조와 형상, 구상과 추상 중 어느 한쪽에만 자리를 내어주지 않고, 이들을 포괄하는 조각의 생장점을 형상화한다. 작가는 이렇게 객체가 아니라 주체가 되기를 갈망하는 조각을 그려 나가고 있다.

김주리, ‘모습: 某濕_202206’, 2022, 젖은 흙, 혼합 재료, 향, 290 x 400 x 300cm(2ea), 사진 = 서울시립 북서울미술관 제공
김주리, ‘모습: 某濕_202206’, 2022, 젖은 흙, 혼합 재료, 향, 290 x 400 x 300cm(2ea), 사진 = 서울시립 북서울미술관 제공

▶김주리

모습: 某濕_202206, 2022,

젖은 흙, 혼합 재료, 향,

290×400×300cm(2ea)

<모습: 某濕_202206>은 젖어있는 상태로 유지되는 '젖은 흙'으로 만들어져있다. 작가는 작가 자신의 지각적 몸을 거쳐 흙과 물을 조합하고 그 강도나 비율을 조정함으로써 새로운 생태적 조건의 화합물을 만들어낸다. 이 젖은 흙은 중국 단둥시의 압록강 하구 습지 풍경을 모티브로 삼은 것으로, 작가는 생성되고 사멸되는 물질의 순환과 그 안에서 일시적으로 머무는 시간 경험을 조형하고자 한다. 또한 제목인 '모습'이 겉으로 나타난 모양이라는 의미와 젖어있는 상태의 어떤 물질을 동시에 가리키는 것처럼, 고정적인 형태와 함께 습한 유동적인 상태라는 역설적 존재론을 심화시키고 확장시킨다. 젖은 흙으로 명명된 액체적인 상태의 시각적인 것이 어떻게 준안정적이며 중간적인 단계에서 끊임없이 생명적인 것을 미래적으로, 동시에 태초적으로 촉발하는가, 지각하는 단계에서 흐르는 생명적인 것이 어떻게 감각으로서 육박해 오는가가 작가가 천착하고 있는 지점이다. 작품의 거대한 크기는 대상을 한 번에 파악하기 어렵게 만들며, 이를 통해 빛과 색, 질감과 냄새, 온도, 무게감과 같은 부분적 감각을 활용하여 보이는 것 너머를 감지하는 시지각적 경험의 가능성을 열어낸다. 또한 이번 출품작은 공간 특정성을 넘어 독립된 개체로서 그 위상을 전진시키고 있다.

 

▶최고은

① 테스타 C, 2021, CUCKOO SRP-1091F, 대리석, 20×25×30cm

② 테스타 S, 2021, SAMSUNG AF16R5773DSRS, 대리석, 28×23×23cm

③ 테스타 C: 올카, 2022, CUCKOO CRP-G1030MP, 대리석, 26×28×33cm

④ 테스타 P: 프로보시스, 2022, PHILIPS HD9228/10, 대리석, 32×25×25cm

⑤ 테스타 S: 목이 달랑달랑한 닉, 2022, SAMSUNG AF16HVWH1WK, 대리석, 43×33×22cm

⑥ 수지 D, 2019, DELL AW2518H, DELL P2210, 폴리프로필렌, 32.4×54.2×16.3cm, 서울시립미술관 소장

⑦ 수지 A Suzy A, 2019, IMAC 2013, IMAC 2017, 폴리프로필렌, 52.8×36.3×9.5cm, 서울시립미술관 소장

<테스타> 시리즈는 압력밥솥과 에어프라이어와 같은 가전제품의 외곽을 대리석으로 재현한 후, 밑단을 절단한 두상 시리즈이다. 두상이라는 이름에 걸맞게 좌대를 사람의 몸통 높이만큼 올리고 그 위에 작품을 설치한다. 또한 <수지 A>, <수지 D>는 컴퓨터 모니터의 형태를 폴리프로필렌이라는 반투명한 재료로 재현한 조각이다. 작가는 그간 산업 사회의 생산, 소비 시스템과 일상생활에서 쉽게 접하는 대량 생산품들의 제작, 유통, 폐기, 재활용에 이르는 과정에 주목하고 그 사물들이 사회적으로 존재하는 방식을 파고들어 왔다. 구체적으로는 도시 환경에서 불가피하게 생겨나는 피상성, 균질성, 수동성 같은 특성들을 냉장고, 에어컨, 책상, 장롱 같은 물건들을 재료삼아 드러내고 그 재료를 새로운 체계로 재구성해왔다. 이번 <테스타> 시리즈는 여기에서 한발 더 나아가 상품 그 자체보다 상품의 형태를 돌로 깎아 재현하면서 익명의 사물이 가진 구조, 크기, 질감, 색상을 전통적 조각이라는 형질로 전환시켜 그 미적 특질에 주목하게 하고, 모델과 결과물 간의 낯선 간극을 발생시키며, 상품의 잔상으로 다시 산업 시스템을 상기시키는 조각적 실험이다.

 

▶김채린

① 세이브 미 2005-2022, 2022, 강화석고, 시멘트, 퍼티, 시온안료, 석분점토, 폴리머클레이, 플라스틱점토,

1300t실리콘, 에코플랙스 0030실리콘, 드래곤스킨실리콘, 비즈왁스, 패브릭, 에폭시, 에폭시퍼티, 도자기(조형토), 히팅패드, 오일파스텔, 크레용, 지우개, BB탄총알, 나무봉, 빨대, 니트릴부타디엔 고무, 실리콘튜브, 히말라야쏠트, 통후추, 하이포린, 형광아크릴봉, 패각, 수풀모형재료, 이어플러그, 초, 마사지볼, 낚시추, 조소용 돌림판, 소형모니터, 콘택트마이크, 믹서, 스피커, 가변설치

② 행동유도조각 #2: 들여다보기 (원제목 / Affordance Sculpture #2: 들여다보기), 2020, 에폭시레진, frp, 에코 플렉스0030실리콘, 표면마찰력감소제, 아크릴 형광봉, 강화석고, 매트릭스네오, 단채널 비디오, 190×62×123cm, 1min 45sec

<행동유도조각 #2: 들여다보기>는 관람객이 계단을 올라 구멍 속으로 머리를 집어넣고, 작은 구멍에 손을 넣어 또 다른 작품을 만져보는 '몸으로 감상하는' 작품이다. 작가는 자신의 몸을 기준으로 발생하는 대상들(타인, 공간, 시간, 물성 등)과의 다양한 관계 양상을 조각으로 담아낸다. 피부로 와닿아 해석되고 기록되는 것들을 몸의 기억을 통해 재기술하는 셈인데, 이 '몸이 가진 기억을 저장한 덩어리'는 관람자의 '몸'을 통해서 다시 독해 될 수 있다. 때문에 작가는 어떻게 관람자가 몸으로 작품을 해석할 수 있을지 연구한다. 예를 들어 우리 몸의 크기에 맞춰진 유기적인 덩어리를 만들어 악수나 포옹 같은 신체 접촉을 통해 남겨지는 것들을 담아내거나, 작동구조를 가진 조각을 만들어 사람의 몸을 통해 기능하도록 한다. 또한 작가는 원래의 기능을 다 한, 혹은 그 위치를 상실하여 원 기능에서 멀어진 대상에 관심이 있는데, <세이브 미 2005-2022>는 그러한 재료를 사용하는 동시에 그간 작가의 작업들을 고정된 존재로부터, 다시 새로운 작품의 재료가 되는 생애주기를 가지고 변화하는 존재로서 재탄생시키고 있다. 작가는 궁극적으로는 예술작품과 일상 사물 사이에 작품을 위치시키며, 조각 작품과 관객의 관계 실험을 이어가고자 한다.

 

▶정지현

공공조각파일, 2018, 알루미늄 망, 철, 비닐, 가변설치, 서울시립미술관 소장

<공공조각파일>은 길가에 방치된 듯 서 있는 공공조각을 알루미늄으로 떠낸 작업이다. 정지현이 떠낸 공공조각은 작업실 근처 건물 벽 쪽에 웅크린 모양으로 앉아있는 여성 나체 조각상으로, 사람의 스케일보다 크고 모습도 비범해 주변 환경과 어울리지 않게 세워져 있었다. 작가는 동상의 외피를 다른 방식으로 옮겨보고자, 가볍고 얇은 알루미늄 망으로 동상을 감싸고, 눌러서 부분 부분마다 모양을 떠냈다. 수십 개의 알루미늄 망을 서류처럼 포개서 보관하다가, 전시장에서 높게 쌓는 방식으로 배치했다. 망으로 된 레이어를 겹쳐 만든 구조물은 기념비적인 모양이지만 투과적이다. 작가가 음화된 조형 바깥을 노출시키는 네거티브 방식으로 떠낸 이 작품은 조각의 역사나 공공조각의 사회문화적 의미, 헨리 무어(Henry Moore) 풍의 조형 역시 노출시킨다. 이렇게 도시를 부유하는 부산물, 버려진 산업자재의 파편들을 모으고, 분해하고, 전시장에서 새로운 질서로 배열하는 2차적 작업은 물질이 기존에 가지고 있던 질서로부터 벗어나게 하는 동시에 새로운 관계성을 축적하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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