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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 갤러리신라, 백남준·김치앤칩스 미디어아트전…'문학은 책이 아니다'부터 신작까지

구글 선호 매체로 추가

기술과 인간 감각 확장 주제로 미디어아트 대화 펼쳐져 김치앤칩스 신작 '읽지 않는 문자' 인공지능과 렌티큘러 활용 한국 미디어아트 역사와 미래 가능성 조망하는 전시 8월 말까지

대구 갤러리신라에서 세계적인 미디어아트 선구자 백남준과 주목받고 있는 미디어아트 그룹 김치앤칩스의 작품을 동시에 감상할 수 있는 전시가 열리고 있다.

이번 전시는 기술과 인간의 관계, 감각의 확장이라는 주제를 중심으로 구성됐다. 백남준은 일상적인 사물을 통해 매체 환경을 성찰했으며, 김치앤칩스는 빛과 알고리즘을 활용하여 관람객이 경험하는 새로운 공간과 지각의 가능성을 탐구하고 있다.

전시장에 들어서면 백남준의 '문학은 책이 아니다(Literature is not a book)'라는 작품이 관람객을 맞이한다. 이 작품은 1988년에 제작된 6개의 대형 의자 시리즈 중 하나로, 공항 의자에 책, 모니터, 안테나, 지구본 등을 결합한 형태이다. 문학이 책을 넘어 다양한 매체로 확장될 수 있음을 보여주는 이 작품은 인간과 매체의 관계를 질문하며, 예술을 사유의 대상으로 전환하는 백남준의 철학을 엿볼 수 있게 한다.

김치앤칩스의 'Optical Rail(옵티컬 레일)' 작품들도 전시되고 있다. 이 작품은 디지털 스크린 위에서 모션그래픽이 상영되는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아날로그적인 요소가 가미된 작품이다. 흑백의 분절된 선과 면이 그려진 평면 이미지 위로 아크릴 렌즈가 모터에 의해 움직이며, 평면을 입체로 변형시키고 직선을 곡선으로, 정지를 모션으로 보이게 한다. 이러한 방식은 한 장의 이미지가 품고 있는 압축된 시간의 레이어를 시각적으로 해체하는 착시 효과를 만들어낸다.

전시에서는 김치앤칩스의 신작 '읽지 않는 문자(Unread Characters)'도 처음으로 선보인다. 이 작품은 이상의 시 '까마귀의 눈(오감도)'에서 영감을 받아 언어의 분열과 소외를 반영하고 있다. 김치앤칩스는 이 시를 손으로 다시 쓰고, 이를 머신러닝 시스템으로 학습시켜 인공지능의 내부 논리에 의해 재구성하였다. 관람객이 특정 범위 내에서 움직이면, 제한된 시야 안에서 한 글자가 다른 문자로 부드럽게 변형되는 경험을 하게 된다. 이는 읽기가 단순한 시각적 행위가 아니라 신체적인 행위로 확장됨을 나타내며, 언어의 유동성과 파편화된 상태를 강조한다.

갤러리신라 관계자는 "약 40년의 시간차를 두고 제작된 이들의 작품은 각각의 시대가 가진 기술 환경을 반영하면서도, 인간의 감각과 존재에 대한 근본적 질문을 공유한다"며, "이번 전시는 두 작업의 대화를 통해 한국 미디어아트의 역사적 흐름과 미래 가능성을 조망하고, 관객들에게 기술이 단순한 도구를 넘어 예술적 상상력의 매개체가 될 수 있음을 제안한다"고 밝혔다. 전시는 8월 31일까지 진행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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