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용산구 PBG 한남에서는 조금 특별한 여름이 한창이다. 배우 고경표가 처음으로 선보이는 개인전 《경표와 여름》이 달 22일까지 열린다. 이번 전시는 단순히 작품을 나열하는 전시라기보다, 한 계절을 온전히 체험할 수 있는 무대에 가깝다. 프린트베이커리가 기획한 새로운 아트 프로젝트로, 배우에서 작가로 확장되는 고경표의 변화를 보여주는 자리다.
고경표가 선택한 주제는 늘 곁에 있었던 ‘여름’이다. 그는 사진과 회화를 통해 계절의 공기, 햇빛, 순간의 웃음을 붙잡는다. 관객은 작품을 감상하는 동시에, ‘누군가의 기억 속 여름을 다시 걷는 일’을 경험하게 된다. 흥미로운 점은 전시가 하나의 흐름을 갖춘 시퀀스로 설계되어 있다는 것이다.
전시는 크게 두 장면으로 이어진다. 1층에서는 여행지 풍경과 일상의 조각들이 사진과 캔버스로 펼쳐진다. 작품 속 여름은 꾸며지지 않은 시선으로 기록돼, 관람객이 자연스럽게 본인의 기억을 덧입히게 만든다. 이어지는 동선은 발자국을 따라 2층으로 이어지고, 이곳에서 전시는 전혀 다른 공간으로 전환된다. 관람객은 실제 해변에 들어선 듯한 몰입을 경험한다. 눈부신 빛, 모래 위의 그림자, 자유로운 몸짓이 공간을 채우며, 마치 무대 위에 오른 듯 계절의 절정이 펼쳐진다.
이번 전시는 단순히 ‘보는 것’에 머무르지 않는다. 모래조각상 포토존은 관람객이 직접 작품 속 한 장면을 완성하게 만든다. 고경표가 찍은 사진과 맞닿은 조형물 앞에서 셔터를 누르면, 기억과 현재가 교차하는 장면이 기록된다. 또한 전시를 기념하는 굿즈 역시 눈길을 끈다. 티셔츠, 양말, 컵, 키링 같은 실용적인 아이템부터 롬버스랩과 함께한 랜턴 쉐이드, 헬렌카민스키와 협업한 특별 모자까지, 이번 프로젝트는 예술 경험을 전시장 밖의 일상으로 확장한다. 흔히 전시 굿즈가 단순한 기념품에 머무르는 것과 달리, 생활 속 오브제로 기능한다는 점에서 이번 전시는 한층 특별하다.
마지막 공간에는 참여형 이벤트가 마련돼 있다. 관객은 자신만의 여름을 기록하고 남기며, 작가와 관람객의 경험이 교차하는 새로운 장을 완성한다. 이는 전시가 끝난 뒤에도 각자의 삶 속에서 다시 소환될 수 있는 ‘여름의 단편’을 선물하는 장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