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Overview
전시
개인전 ‘광대의 꿈’(2013) 외
그룹 전시회 참여 다수 외
저서
수필집 <아름다운 긍정 미긍>(2014. 강주혜)
동화집 <출동! 캔꼭지 기동대>(일러스트 참여) 외
아름다울 미, 긍정할 긍! 일러스트레이터 강주혜 씨
여기 그림이 있다. 부드러운 선으로 곱슬거리는 까만 머리를 표현하고, 밥을 앞에 두고 생글생글 웃는 소녀의 이미지. 건강한 식이요법을 표상화한 듯한 이미지. 네이버의 이모티콘으로 출시 예정인 ‘오드리 햅반’이다. 그런데 그림에서 한 가지 특이한 부분이 있다. 선과 면이 물그림자처럼 여릿하면서도 선명하다는 점. 이 스케치는 1급 뇌병변장애와 더불어 시각장애를 후유증으로 얻은 ‘미긍주혜’로 활동하는 강주혜 작가가 그린 작품이다.
그는 2017년 창작 콘텐츠 커뮤니티 네이버 ‘그라폴리오’에서 10개 출판사가 뽑은 베스트 작가 중 한 명으로 선정되기도 했다. 현재 문화체육관광부에서 발간하는 월간지 ‘손끝으로 읽는 국정’의 표지 그림을 맡고 있다.
그의 세상이 바뀐 것은 2003년 5월이었다. 25살, 의류 디자이너를 꿈꾸던 대학생이 갑작스러운 사고를 당했다. 음주 차량에 치여 약 8m가량을 날았다. 당시 의사는 살아날 확률이 5%라고 했다. 산소호흡기로 간신히 수명을 연장한 지 26일째 되던 날, 겨우 의식을 회복했다. 그러나 현실은 지극히 부정적이었다. 뇌병변장애 1급 판정, 엎친 데 덮친 격으로 뇌 손상을 입어 시각장애까지 나타났다. 모든 사물이 5도 정도 기울어진 상태로 겹쳐 보이는 복시 현상이 일어났다.
“처음엔 입술만 꼬물꼬물 움직이기만 했대요. 엄마가 몇 살이냐고 물으니 ‘3살’이라고 답했다고 하더라고요. 목소리도 지능도, 전부 아기로 돌아갔고, 앞도 잘 보이지 않았죠.”
당연히 답답하고 막막한 마음이었다. 그것은 곧 ‘내가 잘못한 것도 없는데 왜 이렇게 됐나’ 하는 억울함과 절망 등의 부정적인 감정이 되었다. 그러던 삶은 실로암시각장애인복지관에 다니면서 달라졌다. 복지관에서 그보다 더 시력이 좋지 않은 사람들과 접하고 어울리면서 생각이 변했다.
“희망을 보았다고 해야 할까요? 제가 제 상황을 마냥 부정하기에는 현실이 마냥 나쁘지 않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전 살아있고, 조금이지만 앞도 보이잖아요. 취미로 그림을 그리기 시작한 것도 그때쯤이었을 거예요.”
자신이 바라보는 세상을 눈에 비치는 대로 그렸다. 즉, 기울어지고 겹쳐 보이는 것 그대로 스케치하기 시작한 것이다. 거기에 자신만의 심경을 담은 글귀를 더해 독자적인 작품 세계를 만들었다. 막 희망이 싹을 틔우려던 무렵 다시금 사고가 덮쳤다. 자동차 브레이크 이상이었고, 2011년의 일이었다. 두 번째 사고를 당하면서 오래 앉아 있기가 힘들어졌고, 오른손 마비도 심해졌다. 사실상 그림 작업이 어려운 상황이었다. 그러나 강 작가는 자신이 처한 그 모든 상황을 ‘긍정’하기로 했다. 그래야 했고, 그렇게 하고 싶었다. 그런 마인드는 오늘의 아름다운 긍정, ‘미긍주혜’ 일러스트레이터의 원동력이 되었다.
강 작가는 일러스트 작업 외에도 다양한 방법으로 긍정 에너지를 퍼뜨리고 있다. 장애인복지관과 병원 등에서 전시 행사를 연다. 10월에는 초등학교에서 그림 그리기 교육도 계획하고 있다. 또 팬들과의 소통도 적극적인데, 주로 인스타그램이나 페이스북 등 SNS를 이용하고 있다.
“매주 화요일에 페이스북을 통해 ‘미긍TV’라는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어요. 처음에는 언어장애가 있어서 방송 시간이 짧았는데, 이제는 많이 나아져서 더 많은 분들과 오래 소통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일종의 도전이었는지도 모른다. 세상에 자신을 맞추며 소통할 수 있게 노력하는 것. 그중 가장 인상 깊게 남은 일화는 말기 암 환자와의 교감이었다. 네이버 창작 커뮤니티 ‘그라폴리오’에서 미긍 작가의 그림을 본 것이 인연이 되었다.
“제 그림을 보고 자신 같다고 공감이 된다고 하시더라고요. 그래서 힘을 내시라고 제가 작업한 책을 보내드렸어요.”
강 작가는 그때의 감동을 잊지 못한다. 자신의 그림과 글에 누군가 공감을 얻고 작지만 긍정적인 파문을 일으킬 때의 감동. 그것은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힘이다.
“그림은 처음에는 취미였어요. 그러다 저를 치료하는 수단이 되었고, 이제는 저뿐만 아니라 다른 사람들을 치료할 수 있는 매개체가 되었죠. 그래서 더 손을 놓을 수 없는지도 모르겠어요.”
강 작가는 연필로 그림을 그리지 않는다. 대신 볼펜으로 단번에 그린 후 채색을 하는 방식을 쓴다. 연필로 그리게 되면 복시 현상 탓에 어떤 부분이 틀린 것인지 분간할 수 없기 때문이다. 손에 무리가 오지만 그는 멈추지 않는다. 그리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
“자신의 길이다 싶으면 멈추지 말라고 전하고 싶어요. 세상은 쉽게 바뀌지 않습니다. 그러니까 그 대신 저를 바꿔야죠. 그러면 제가 보는 세상도, 다른 사람들이 보는 세상도 달라질 수 있지 않겠어요” -점자새소식 2018. 10. 15. 제1011호-
◆ Artworks
[사진=한국장애예술인협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