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삼성미술관 리움 2004년 서울 한남동에 개관
- 명실상부 한국 미술의 중심지이자 ‘한국 미술의 얼굴’
사진=리움미술관
국내최고사립미술관인 리움미술관이 10월 8일 새로운 모습으로 돌아왔다.
리움이 코로나팬데믹으로 무기한휴관한지는 1년7개월, 기획전이사라진 것으로 따지면 4년 6개월만의 만남이다. 리움의 무기한 휴관에 미술계는 오픈 소식만 기다렸다.
리움의 재개관 기획전은 <인간, 일곱 개의 질문>전. 전시명처럼 사람에 대해 7가지 질문을 던지는 기획전이다. 코로나팬데믹으로 사람이 사람답게 살기가 정말 어려워졌다. 건강하게 살기 위해 맞은 코로나 백신에 20대도 하루 아침에 목숨을 잃고, 윤리적 문제와 가정 해체, 경제적 불안, 주거 문제 등 수많은 문제들이 상처와 고독, 괴로움을 준다. 위기와 재난의 시기에 인간 존재의 의미를 되새기는 의미를 담은 리움의 기획전은 시의적절한 것 같다.
전시는 7개 부문으로 나뉘어 다양한 각도로 인간을 돌아보게 한다.
국내외 작가 51팀의 130개 작품을 ‘거울보기’, ‘펼쳐진몸’, ‘일그러진 몸’, ‘다치기 쉬운 우리’, ‘모두의 방’, ‘초월열망’, ‘낯선공생’ 등 7개의 소주제로 배치했다.
고미술 상설전 중 청자 소품실. 리움 제공
리움은 예술에 대한 삼성가(家)의 애정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곳이다. 이름부터 ‘이(Lee)’와 미술관(museum)의 ‘움(um)’을 조합해 지었다. 리움 운영은 삼성문화재단이 담당한다. 고(故) 이병철 삼성 회장이 기증한 컬렉션을 기반으로 재단이 1982년 세운 게 경기 용인의 호암미술관이고, 여기에서 쌓은 노하우에 이건희 회장과 부인 홍라희 여사(전 리움 관장)의 컬렉션이 더해져 리움이 탄생했다.
이번 재개관은 2018년이서현 삼성복지재단 이사장이 홍 전 관장에 이어 리움 운영위원장을 맡은 이후 첫 행보다. 공간 리모델링부터 조직 구성까지 전면적인 쇄신을 단행해 ‘리움 시즌2’로 새출발하는 신호탄을 쐈다는 게 미술계의 평가다.
새롭게 탈바꿈한 리움은 디자이너 출신인 정구호 전 삼성물산 고문의 지휘 아래 로비부터 작품이 됐다. 투명한 안내데스크 안에 이배의 작품 ‘불로부터’가 설치된 게 대표적이다. 240여 개 숯이 동원된 이배의 작품 앞에서 입장 채비를 하는 경험이 각별하다. 천장을 올려다보면 창문과 특수필름을 통해 오색찬란한 빛의 스펙트럼을 보여주는 김수자의 설치작품 ‘호흡’을 감상할 수 있다. 미디어아트 작품 상영을 위해 새로 설치한 ‘미디어 월’은 462인치 크기, 5000만 화소 이상 해상도를 자랑한다.
‘생애 처음 시작하는 컬렉션’을 콘셉트로 내건 뮤지엄숍도 여느 기념품점과는 차원을 달리한다. 작품을 소장하는 경험을 해보고 싶은 MZ세대를 겨냥해 공예 작가 6인과 협업해 내놓은 한정판 목제 ‘미니어처 가구’ 시리즈는 가격이 수십만~수백만원에 달하는데도 반응이 뜨겁다. 가수 지드래곤과 블랙핑크의 로제도 이곳에서 여러 상품을 구입한 것으로 전해졌다.
로비 천장에 설치된 김수자 작가의 ‘호흡'.
리움은 재개관을 계기로 상설전을 상시 무료 체제로 전환했다. 기획전은 올해 말까지 무료로 열고 있다. 이건희 회장 유족이 미술품을 국가에 기증한 뜻을 이어가기 위해서다. 휴관 전에는 입장료 1만원을 받았다.
재개관 기념 기획전 ‘인간, 일곱 개의 질문’에서는 스위스 거장 알베르토 자코메티(1901~1966)의 걸작 ‘거대한 여인Ⅲ’, 영국의 거장 앤서니 곰리(71)의 ‘표현’ 등 현대미술 작품 130여 점을 만날 수 있다. 하나하나가 다른 미술관의 전시 대표작으로 손색이 없는 걸작들이다.
새로 열린 한국 고미술 상설전에서는 리움에서 공개된 적이 없는 작품이 눈에 띈다. 단원 김홍도의 대표작 ‘군선도’, 화려한 청자 주전자인 ‘청자동채 연화문 표형 주자’ 등 국보들이 대표적이다. ‘이건희 컬렉션’ 기증으로 리움을 대표하는 소장품이 여럿 빠졌지만 질박한 아름다움을 지닌 유물이 즐비해 결코 초라하지 않다. 현대미술 상설전에서는 살바도르 달리의 ‘우주 코끼리’, 게르하르트 리히터의 ‘회색 거울’ 등을 만날 수 있다. 출품작 절반 이상이 리움에서 처음 공개되는 작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