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유나 작가는 올해 피그헤드랩에서 3개의 전시를 참여하였고 그것은 결코 적은 숫자는 아니다. 그렇다고 해서 피그헤드랩이 차유나 작가를 편애하거나 단순히 전시 횟수를 늘리기 위함 같은 것은 아니다. 오히려 피그헤드랩은 늘 젊은 작가들이 개인전 횟수를 무리하게 늘리는 것을 좋게 생각하지 않는다. 피그헤드랩의 터닝포인트 프로그램 참여작가의 경우 워크샵 프로그램을 거치며 직접 기획 제작을 통한 개인전의 기회를 갖게 되는데, 이마저도 타 공간에서 개인전이 잡혀 있을 경우 굳이 무리하여 전시를 진행 시키지 않는다.
그럼에도 차유나 작가는 세 개의 전시, 터닝포인트 프로그램이 시작하며 열린 오리엔테이션 전시, 지난달 김민우 작가와의 기획 전시, 그리고 이번 작가가 자체 기획한 전시를 진행하였다. 이 세 개의 전시에서 작가는 점점 포지션을 확장해 나간다. 여기서 굳이 ‘작가가 성장해 나간다’라는 표현을 하지는 않을 것이다. 한 공간의 게스트의 입장에서 본인이 스스로 호스트가 되기까지, 작가는 이미 충분한 역량을 갖추고 있으며 그것을 올 한해 피그헤드랩을 이용하여 다양하게 보여준 것 뿐이다.
이번 전시 <HUMANIZING>(이하 이번 전시)의 경우 바로 지난 김민우 작가와의 협업 <달통 : connector>(이하 달통 전)의 연장선에 있다. 달통 전의 경우 도시와 간판이라는 이야기를 바탕으로, 차유나작가는 아주 기초적인 수집과 관찰을 보여주었다. 작가는 수많은 간판들을 직접 보고 촬영하여 데이터를 축적하고 그것을 나열하였다. 사실 달통 전이 제작되어 가는 과정에서 다소 아쉬웠던 것은 ‘그렇게 수집된 데이터를 어떻게 활용하는가’ 하는 지점이었는데, 실제로 수집된 간판들이 꼴라쥬의 방식으로 벽 하나를 뒤덮었을 때는 일종의 카타르시스를 느끼게도 하였지만, 한편으로 그 이상의 이야기를 추론하기는 어려움이 있었다. 딱 수집의 선에서 종료된 느낌이랄까. 그러나 그것은 기우였다는 듯 한 달의 시간이 지나니 그 수집들은 일종의 양분이 되었고 어떤 과실의 형태로 지금의 작업에서 농축되어 있다.
기본적으로 수집과 관찰은 다음 과정을 위한 양분이 된다는 것을 작업을 하는 이들은 누구나 잘 알고 있다. 그렇다고 해도 수집한 것들에 미련을 버리지 못하거나, 관찰된 것들을 제대로 표출하지 못하는 경우도 부지기수인데, 이번 전시에서 공개된 ‘발전의 양상’은 내가 피그헤드랩의 운영자로서, 다른 이들에게 예시로 들고 싶을 정도, 마치 샘플처럼 참 매끈하게 잘 진행되었다.
작가가 수집 된 간판들의 기본 정의는 우리가 살아가고 있는 이 사회에서 경쟁 도구로서의 심볼로의 역할이다. 그 심볼들은 우리 주변의 환경이자 우리를 둘러싼 껍데기가 되면서 되면서, 스스로가 도시와 자본주의 세상에 대한 발언자가 되어 역동적으로 춤을 추고 꿈틀거리며 존재감을 부각한다. 우리가 흔히 신장개업 앞 풍선 인형을 인간의 한 형태처럼 비유하듯이, 그러한 심볼과 효과들은 우리가 살아가는 사회와 경쟁하는 치열한 도시의 표상이 된다.
3D 모델링을 통해 캐릭터(정확히 말하면 얼굴 없는 캐릭터가 입은 옷)가 된 심볼, 그리고 심볼의 몸짓들은 EDM 음악과 함께 흥을 돋는 움직임을 취하는데, 이 과정에서 음악은 의외로 너무 무겁거나 심각하지 않게 캐릭터의 모션을 경쾌하고 발랄하게 연출해 낸다. 사실 준비 과정에서 음악 샘플들을 들으며 ‘이거 조금 가벼운 거 아닐까? 그래도 자본주의 경쟁 구도의 도시를 표현하는 것에 있어 심각함과 격렬함을 내포해야 하는 것 아닐까?’ 라고 생각했던 것이 기우였을 정도로, 오히려 이것이 일상이고 우리가 지금 살아가는 삶이라는 느낌이 들 정도로 익숙하게 반복되는 순환을 연출한다. 구동현 작곡가를 실제로 만나보니 차유나 작가와 비슷한 세대로서, 해당 세대에게 도시라는 것이 어떻게 느껴지는지 유추해볼 수 있었다. 캐릭터의 안무는 이어린 안무가가 연출하였는데, 메인 작품 동영상 옆에 모델링을 위한 연습 동영상이 같이 상영되고 있어 비교 감상하는 재미가 있다. 제작하는 과정이 결코 쉽지 않았다고 미리 이야기 들은 바 있어 안무가가 얼마나 많은 고민을 하였는지 느낄 수 있었다. 홍보용 풍선 인형처럼 보이던 움직임은, 진행하면 진행할수록 빠르고 격렬함이 섞여 들어가며 자연스럽게 거칠거나 격렬한 모습 등으로 변해간다. 또 벽에 부착된 모델링 및 전시 기획서들이 전시되어 있어서, 메인 영상 작업 외에도 이런 소스들의 공개가 나름 탄탄한 준비 과정과 쏠쏠한 재미를 전달한다고 본다. 메인 영상 작업의 집중으로 인해 가볍게 여겨질 수도 있는 디테일이 이러한 과정을 통해 진정성과 완성도로 발전해 나가는 것이다.
(출처=피그헤드랩)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