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경영지원센터의 ‘지역전시 활성화 지원 사업’으로 추진되는 전시 '여우 나오는 꿈'이 2026년 1월 7일부터 2월 21일까지 양평문화재단 작은미술관 아올다에서 열린다. 이번 전시는 2024년 인가희갤러리에서 선보여 호평을 받은 동명의 기획을 확장한 형태로, 전시 규모를 한층 넓히는 한편 지역 주민이 참여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보강해 새롭게 구성됐다.
동아시아 신화 속 여우는 인간과 비인간, 신성과 공포, 현실과 환상을 넘나드는 존재로 인식돼 왔다. '여우 나오는 꿈'은 이러한 여우의 상징성을 전시의 주요 모티프로 삼아, 인간 중심적 사고가 설정해 온 경계와 규범을 다시 질문한다. 구지언과 여운혜 두 작가는 각기 다른 시선을 통해 ‘안과 밖’, ‘정상과 비정상’이라는 이분법을 흔들며, 이질적인 존재들이 함께 머무는 낯설고도 환상적인 세계를 제안한다.
이번 전시는 관람객에게 익숙한 질서의 틀을 잠시 벗어나, 경계 너머의 감각과 서사를 경험해보는 사유의 장이 될 것으로 기대를 모은다.
구지언은 신화적 이미지와 동시대 시각 언어를 결합한 회화 작업을 통해, 사회가 ‘정상’으로 규정해 온 분류와 기준에 의문을 제기해왔다. 그의 작업은 익숙하게 받아들여져 온 가치 체계를 시각적으로 비틀며, 경계와 규범의 작동 방식을 다시 바라보게 한다.
이번 전시의 주요 출품작인 〈영감도깨비신〉은 무신도의 형식을 차용한 대표 연작 〈중성신〉 가운데 한 작품이다. 화면에는 양성적 속성을 지닌 신적 존재와 외다리 도깨비가 함께 등장하며, 인간이 설정해 온 성별과 정체성, 정상성의 기준이 얼마나 임의적인지 드러낸다. 작가는 이러한 상징적 병치를 통해 신성함과 기이함, 질서와 혼종이 공존하는 세계를 제시한다.
또한, 전통 민화의 도상을 재해석한〈나리괴석도〉와 인종·생물종의 경계를 허무는 〈사이버 드래그 뷰티〉 연작, 이질적인 존재들이 물을 용매로 하여 유동적으로 스며드는 장면을 포착한 〈물경계들〉등 익숙한 가치 너머의 생명 다양성을 모색하는 작업들을 선보인다.
여운혜는 거리와 도시 환경에서 수집한 수집한 사물들에 주목하여, 조각과 설치 작업을 통해 소외된 존재들이 건네는 숨은 이야기에 귀를 기울인다. 이번 전시에서 작가는 불길함의 상징인 까마귀를 도시의 외로움이 투영된 존재로 재해석하여 버려진 쓰레기들과 검은색 왁스로 탄생시킨 〈대체자〉, 그리고 이 조각들을 엑스레이로 촬영하여 버려진 쓰레기들이 뒤엉켜 새로운 생명력을 얻는 과정에 주목한 〈죽은 고기를 먹는 – 사이버드〉를 선보인다.
이 두 작업은 가치와 무가치, 생명과 폐기라는 인간 중심의 이분법적 사고를 흔들며, 사물 이면에 잠재된 의미를 드러낸다. 더불어 수천 개의 캔 고리를 연결해 유성의 궤적을 형상화한 〈별똥별이〉에서는 파편화된 개인들이 서로 기대어 나아가는 연대의 이미지를 제시하며, 공동의 미래에 대한 은유적 상상을 확장한다.
특히 이번 전시는 양평이라는 지역 사회와 깊이 있게 호흡하는 ‘열린 미술관’을 지향한다. 전시 연계 워크숍을 통해 관람객은 직접 가져온 캔 고리를 연결하며 〈별똥별이〉를 확장해 나가는 과정은, 개인과 개인이 예술을 매개로 만나 하나로 엮이는 상징적인 장면을 연출할 예정이다.
이 외에도 지역 주민을 위한 전문가 특강과 작가 워크숍이 마련되어 있어, 작은미술관 아올다가 지역민의 일상 속에 예술적 영감을 불어넣는 소통의 장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양평문화재단 관계자는 “이번 전시는 수준 높은 현대미술을 지역에 소개하는 동시에, 주민들이 직접 예술가와 소통하며 창작의 즐거움을 누리는 기회가 될 것”이라며, “작은미술관 아올다가 지역민의 일상 속에 예술적 영감을 불어넣는 공간으로 거듭나길 기대한다”고 밝혔다.
■ 작가 소개
구지언 (Jiun Koo, b.1990): 구지언 작가는 이화여자대학교 서양화과를 졸업하고 동 대학원에서 석사과정을 수료했다. 신화적 도상과 동시대 이미지를 결합해 혼성적 장면을 회화로 구축한다. 주요 개인전으로 《비사사와 아귀, 야차》(공간:일리, 2024), 《탈리신화》(스페이스 미라주 & 플루리포텐트 아트 스페이스, 2023) 등이 있으며, 《2024 뉴라이징 아티스트: 부산물》(제주현대미술관, 2024) 등 다수의 단체전에 참여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