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림픽 축제 열기로 가득한 파리 시내 7구에서 한류 문화의 원류라 할 수 있는 ‘한국 전통문화 바람’이 불고 있다. 지난달 25일 코리아하우스 개관과 동시에 심장부인 중앙홀을 중심으로 한복, 한지, 한식(소반) 등을 소재로 한 <댓츠 코리아(THAT’S KOREA): 시간의 형태> 전시가 개최 2주 만에 관람객 4만 5000명을 돌파하며 흥행 중이다.
전시 <댓츠 코리아(THAT’S KOREA): 시간의 형태>는 국가무형유산 보유자부터 현대 작가까지 총 17명(팀)이 참여해 한복과 달항아리, 소반, 누비 등으로 한국 전통문화의 원형과 창조적 변형을 시간의 흐름에 따라 3개의 공간으로 나눠 표현했다. 파리 현지인과 외국 관광객들은 언어가 통하지 않아도 역사적 가치를 품고 변화해 온 한국 전통문화의 유연성에 주목하며 시간의 형태 속에 빚어진 작품에 완전히 매료됐다.
이번 전시는 ‘한국에는 있고’, ‘프랑스에는 없는’ 콘텐츠로 구성돼 모든 콘텐츠가 각기 다른 매력을 가지고 있다. 이번 전시를 총괄한 김민경 예술감독은 “문화는 다르지만 한 공간에 함께 공존해도 어색하지 않은 것이 문화이기 때문에 그 문화의 힘으로 한국 전통문화의 매력에 자연스럽게 녹아들 수 있도록 연출했다”고 말했다. 문화적 조우를 통해 한국과 프랑스의 문화적 교류의 장이 될 수 있도록 신경을 쓴 것이다.
이를 위해 김 감독은 ‘통일성’과 ‘유연성’ 부분에 많은 시간을 할애했다. 각기 다른 3개의 방의 현재의 공간을 최대한 훼손하거나 변형하지 않으면서 효과적인 전시를 하도록 색상과 크기를 분석한 후 전체적인 통일성을 지키기 위해 한국식 가구를 제작했다고 설명했다.
골드와 연한 파랑, 어두운 각 방의 색상에 어울리는 먹색과 흰색 가구 위에 자개를 입혀 한국식 가구로 프랑스 공간과 묘하게 융합되는 전체적인 분위기를 잘 살린 뒤 ‘원형(제1장 Salle 33) - 원형과 현재(제2장 Salle 34) - 원형의 미래(제3장 Salle 69)’의 순으로 작품들을 배열했다.
김 감독이 가장 신경 쓴 곳은 마지막 전시 공간인 ‘원형의 미래(제3장 Salle 69번)’이다. 이곳에서는 이번 올림픽 전시를 앞두고 작고한 국가무형유산 누비장 故김해자 장인의 ‘손누비 장옷‘을 볼 수 있다. 김 감독은 “평소 선생님께서는 한국의 복식 문화가 세계에 많이 알려져 누비옷이 글로벌 명품 반열에 오르길 바라셨다”며 “그 뜻을 고스란히 담아 전 세계 많은 사람들에게 누비의 아름다움을 알리고자 했다”고 설명했다.
사실 김 감독은 한류 바람이 불기 시작한 1990년 후반부터 한국 전통문화의 진수를 관람객들에게 알리고 싶었다. 김 감독은 “평범한 전시 형태나 구성에서 벗어나 K-문화의 교두보 역할을 하기 위해 고급 콘텐츠와 세련된 구성으로 올림픽에서 다 함께 즐기고 나눌 수 있는 문화 기반의 올림픽으로 도약하기를 기대한다”고 전했다.
파리올림픽 기간 오랜 염원의 뜻이 빛을 발하고 있다. 이제 한국 문화는 ‘변방’이라는 키워드 보다 ‘메인’이라는 키워드로 설명하기에 적절할 정도로 위상이 높아졌다. 예술의 도시 파리 한복판에서 한국 전통문화 전시의 열기는 지칠 줄 모르고 있다. 김 감독은 “외국인들이 무언가 홀린 듯 69번 공간으로 들어가 한국 음악과 결합된 미디어아트 작업을 보고 신기한 듯 한참을 감상한다”며 뿌듯해 했다.
다음은 김민경 예술감독과의 일문일답.
◆ 한국전통문화 전시 ‘댓츠 코리아: 시간의 형태’는 국가무형유산 보유자부터 현대작가까지 총 17개 팀(명)이 참여해 공간을 3개로 나눠 전시하고 있는데요, 소개 부탁드려요.
<형태의 시작>, <오늘의 형상>, <원형의 미래>라는 3개의 공간으로 나눠 역사적 가치를 품고 변화해 온 ‘한국 전통문화’의 유연성에 주목하며 시간의 형태 속에 빚어진 작품들로 구성했습니다.
먼저 제1장 Salle 33은 <형태의 시작>으로 달항아리, 궁중채화 및 한복 등 전통의 원형을 소개하는 공간입니다. 전시 공간 중앙에는 한국 정체성의 아이콘이라 불리는 ‘달항아리’와 궁중에서 큰 행사나 좋은 일이나 경사스러운 날에 빠지지 않았던 ‘궁중채화’를 통해 올림픽 선수를 응원하고 승리를 염원하는 마음을 담아 새롭게 제작했습니다.
이와 함께 평면적 구성과 곡선의 미학을 담은 우리나라 전통 한복인 ‘답호(남자)’와 ‘당의(여자)’ 그리고 프랑스 공간에 어울리는 색상으로 사대부 여성의 대표적인 예복인 ‘원삼’을 재현했습니다. 전시의 완성도를 높이기 위해 약 270년 만에 화협옹주 묘에서 출토된 재현 전통 화장품과 다양한 전통 장신구를 함께 전시했습니다.
제2장 Salle 34는 <오늘의 형상>으로 소반과 한지를 이용한 작품을 소개하는 공간입니다. 한국의 식문화를 담고 있는 소반은 지역마다 특색이 다르지만, 이번 전시에서는 전통 나주 소반과 지속 가능한 소재를 적용한 현대식 투명 소반 그리고 전통 한지로 연출한 ‘한지꽃’, 한지에 옻칠과 금속 프레임을 활용한 현대적 ‘한지 조명’을 선보였습니다.
마지막으로 제3장 Salle 69는 <원형의 미래>로 전통 누비와 미디어아트를 소개하는 공간입니다. 누비는 예부터 옷감을 보강하거나 보온을 위해 겉감, 안감 사이에 솜이나 털 등을 넣거나 아무것도 넣지 않고 안팎을 줄지어 규칙적으로 홈질해 맞붙이는 손바느질로, 바늘땀의 간격이 0.3㎝, 0.5㎝, 1.0㎝ 이상으로 구분될 정도로 섬세하고 정교한 작업입니다.
특히 이번 올림픽 전시를 앞두고 작고하신 국가무형유산 누비장 故김해자 장인의 마지막 유작인 0.3cm로 손바느질 한 ‘손누비 장옷’을 공개함으로써 누비에 대한 철학과 아름다움을 전 세계 많은 사람들에게 알리고자 했습니다.
또 이러한 미래의 원형이 되는 작업의 형태와 시간을 미디어아트 그룹 사일로랩의 ‘Kinetic lighting Installation’ 작품을 통해 한국적인 음악에 맞게 조명과 움직임을 이용한 미디어아트로 형상화하기도 했습니다.
◆ 처음에 어떤 기획 의도로 이번 전시를 만들게 되었을까요?
한류 바람이 불기 시작한 1990년 후반부터 한국 문화의 원류라 할 수 있는 한국 전통문화의 진수를 찾아오는 관람객들에게 깊이 있고 다양한 콘텐츠를 알리고 싶었습니다.
하지만 과거에는 올림픽과 같은 국제 스포츠 행사에서는 코리아하우스 내 문화 공간이 차지하는 비율이 높지 않았습니다. 구성만 보더라도 문화적인 면보다는 단순히 축하 공연이나 이벤트성 전시, 체험 행사로 진행돼 체육인들의 교류의 장으로서 역할이 컸습니다.
이제 코리아하우스를 찾아오는 관람객들은 단순히 올림픽만 즐기기보다 한국 문화에 대한 관심과 열망이 높아져 제대로 향유하고 있습니다. 한국 문화는 이제 더 이상 변방의 문화로 치부되지 않으며 예술의 도시 프랑스에서 당당한 주류 문화로 거듭나고 있고 그 현장을 똑똑하게 목격하고 있습니다.
이에 발맞춰 평범한 전시 형태나 구성에서 벗어나 K-문화의 교두보 역할을 하기 위해 고급 콘텐츠와 세련된 구성으로 스포츠 올림픽에서 다 함께 즐기고 나눌 수 있는 문화올림픽으로의 도약을 기대합니다.
◆ 전시를 준비하면서 가장 신경 쓴 곳과 어떤 생각을 많이 하셨는지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