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평군립미술관 개관 10주년을 맞이하여 2021년 미술여행-2, 여름프로젝트로 <비확정 매뉴얼:드로잉 시점>展을 개최한다.
양평군립미술관은 양평군의 미술문화를 확산하고 육성하고자 2011년 12월에 개관하였다.
양평의 대표적인 문화공간이자 글로컬시대 양평문화브랜드 정착을 위한 구체적인 실현을 위해 전문성과 독창성으로 시즌별 특성화된 기획전시와 내실 있고 수준 높은 프로그램을 개발하며 새로운 시대문화를 선도해 나가고 있다. 또한 매년 창의적이고 실험적인 다양한 형태의 미술품을 수집한 소장품 전시를 통해 지역민과 일반 대중에게 수집된 가치와 현대미술의 흐름을 공감하고 소통하는 기회를 마련하고 있다.
2021년 여름 프로젝트로 진행되는 <비확정 매뉴얼:드로잉 시점>展은 오랜 시간 동안 변화를 거듭하며 발전해온 드로잉의 가치를 조명하고자 기획하였다.
회화의 토대인 드로잉은 現시대 다양한 매체와의 결합을 꾀하며 끊임없이 새로운 미학적 가치를 생산해 나가고 있다. 그러한 점에서 양평군립미술관의 창의적 문화생산을 위한 노력과 그 뜻을 함께한다고 할 수 있다. 미술관의 기본적인 기능을 토대로 다양한 변화와 시대적 흐름에 맞는 새로운 변화로의 모색과 열린 사고, 실험적 창작활동의 창조적 가치 창출을 만들어내는 전문성과 유연함을 장착한 또 다른 10년을 위한 새로운 도약의 의지를 이번 전시와 함께 드러내 보이고자 한다.
‘소묘에서 인터페이스까지’
From Drawing to Interface
일반적인 정의에서 드로잉은 대체로 선과 단순한 색이 주된 요소로 사용된 회화적 표현이다. ‘그린다’라는 개념으로 출발한 드로잉은 본 작업을 위한 구상단계의 기본적인 이미지와 텍스트로 다양한 선과 명암 등을 이용해 형태를 그려내는 작업이다. 회화의 기본적인 요소인 드로잉은 ‘선’을 기초로 그려진 데생(소묘), 스케치, 크로키 등으로 분류되며 선은 손에서 표현되어지는 터치와 힘, 속도감, 형태에 따라 여러 감정과 표현요소를 발견할 뿐만 아니라 작가의 내면적 감성을 가장 솔직하고 순수하게 드러내는 정신적 행위의 예술이라고 할 수 있다. 이러한 과정을 거쳐 작가는 심리적인 치유와 함께 시대와 사회를 경험하고 느끼며 생각하는 것들을 그들만의 표현방식으로 자유롭게 표출한다. 작가는 그러한 작업과정을 통해 복잡하고 다양하게 전개되는 시대의 상황과 흐름을 내면세계로 드러내는 가장 기본적인 작품활동이라는 결과를 만든다. 이렇게 자유롭고 순수하며 솔직한 드로잉만의 강력한 힘은 광고나 영상 등 대중문화산업의 다양한 분야에서 활용되고 있으며 회화의 틀에 국한되지 않는 모든 그래픽(graphic) 예술에서 적용되고 있다. 드로잉은 現시대 다양한 매체와 기술과의 결합을 꾀하며 그 자체로 미학적 가치를 인정받고 있으며 과거 밑 작업이나 기록, 대상의 재현을 위한 수단에서 그치지 않고 평면을 벗어나 공간을 이용하거나 다양한 미디어를 통해 확장된 예술로 새로운 역사를 만들어 가고 있다. 4차 산업혁명 이후 과학기술의 발전에 따라 생겨난 다양하고 새로운 전달 매체들은 작가들의 특정 대상 연구에 관한 집요함과 통찰력이 감각을 통해 일어나는 직관적 우연성과 결합하여 관객들에게 독특한 물질성(체계화되어 가시화된 결과물)과 함께 사고의 일루젼(illusion)을 경험하게 한다. 이번 전시에서는 고대 드로잉에서부터 현대 드로잉의 개념과 표현방식을 고찰하며 분류한 4가지의 섹션을 통해 현대미술의 전반적인 양상으로 분포되어 있는 드로잉의 형태와 드로잉이 갖는 아우라(Aura)를 느껴볼 수 있을 것이다.
드로잉은 시각예술의 근원적 행위이자 창작의 토대를 이루는 중요한 영역이다. 선묘를 통해 구체적인 형상을 그린 선사시대의 유적이나 벽화도 일종의 소묘(드로잉)로 선사시대 인류에게도 시각적 표현을 위한 가장 기본적인 욕구였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일반적으로 이해되는 소묘는 르네상스 시대에서 출발하여 관찰과 표현을 위한 작품구상의 준비단계이자 회화적 훈련의 기초적인 방법으로서 그 자체로는 완성되지 않고 독립되지 않은, 완성을 위한 한 과정에 지나지 않은 것이었다. 하지만 학문이나 예술의 부활과 재생이라는 문화운동이었던 르네상스 시기에 자연과학, 경제적 발전과 인문주의(휴머니즘)가 부활하면서 사회적 가치를 종교(신)에서 인간중심으로 변화시켰으며 예술가들은 인간의 창조성을 억압하던 봉건적 제도와 사고에서 벗어나 인간이 지니는 가치와 창작행위의 주체자로 자유롭게 개성을 표현할 수 있게 되었다. 또한 이 시기에는 문화와 예술뿐만 아니라 정치, 과학, 사회 전반의 영역에서 새롭고 다양한 형태의 실험을 시도하게 되었다. 이후 다양한 재료가 보급되고 구입이 용이해지면서 조각을 모사하거나 원근법, 인체, 해부 등의 관심으로 실제 대상을 묘사하기 시작하였다. 미완성의 미학이라 여겨지는 레오나르도 다빈치, 미켈란젤로, 라페엘로 등의 이탈리아 르네상스를 주도한 천재 화가들의 소묘가 남겨지게 되었고 현재까지 그 자체로도 훌륭한 작품으로 평가되고 있다. 대상을 묘사하는 데 있어 드로잉은 선을 만들어내는 기법과 선들과의 결합, 다양한 농도와 윤곽의 변화를 적절하게 사용한 작가의 필력이 주는 아우라를 느끼게 한다. 19세기에는 사실주의와 인상주의의 예술운동으로 자연현상에 관심을 가지며 자연의 풍경과 구도, 날씨, 자연 그대로의 명암과 색채 등 시시각각 변화하는 자연의 현상에 주목하게 되었고, 시각과 사고의 범위가 확장되었다. 전통적 미술을 거부하며 전위적이고 독자적으로 발생한 20세기의 다양한 미술운동이 등장하면서 현대의 드로잉은 미술의 재료나 형태가 아닌 작가들의 실험과 개념을 통해 만들어지는 작가의 예술 행위, 그 자체로 존중되었고, 선, 원근, 명암 등 드로잉의 기본적인 요소를 감각적으로 변형하여 작가의 내면을 독창적으로 표현해내는 사고(의식)의 개념으로 가치를 논하게 되었다. 소묘적 관점에서의 드로잉은 이렇게 창작의 개념과 방법이 다양화되고 확장되는 현재에서 ‘그린다’, ‘기록한다’라는 드로잉의 원초적인 행위와 같이 선이 주된 요소로, 선묘를 통해 구체적인 형상을 그린 작업들과 함께 대상의 관계, 질서, 균형, 대비 등 회화 영역의 공통적으로 적용된 요소를 통한 드로잉과 페인팅의 모호한 경계에서의 작업들을 선보인다.
현대미술은 회화와 조각은 물론 예술과 비예술의 경계가 모호할 정도로 다양한 방식으로 진행되고 있다. 매체의 다양성과 그에 따른 기법을 다양한 형태로 선보이고 있는 현대미술에서 드로잉은 모든 실험적 과정과 매체를 수용하며 변화하고 있다.
- 선을 구성하는 점으로 시작하여 형태를 구성하는 선으로 발전하고
3차원적 구성을 위해 명암과 빛을 첨가하고 한 공간에 함께 구성되는 형상들을 만들어낸다. -
네거티브 스페이스는 사진, 건축, 조각, 미술 등의 장르에서 오브제가 차지한 이외의 공간을 일컫는 것으로 관찰하는 시점과 인식주체의 관심으로 재구성되는 공간이다. 현대의 드로잉은 종이나 캔버스와 같은 2차원의 평면을 벗어나 다양한 매체의 등장으로 창작의 개념과 방법이 다양화되어 페인팅과 구별되지 않으며 텍스트, 영상, 조각 등으로 확장되어 평면만으로 한정되지 않는다. 선, 면, 형태, 명암 등 기본적인 드로잉의 요소가 2차원의 평면에서 사물과 공간을 만나 3차원적 조형성으로 발전하게 되고 우리가 살아가는 3차원의 공간으로 평면과 입체작품은 물론 개인의 공간에 대한 기록으로 연출되기도 한다. 철조를 이용해 사물과 인체를 통한 공간화, 조명에 의한 그림자 표현, 벽면 위에 시각적 착시를 주는 테이핑 작업 등 공간 속에서 자유롭고 광범위하게 만들어지며 관람객에게는 드로잉 특유의 생동감으로 작가의 예술적 의식 속으로의 경험과 참여를 유도한다.
- 재현하거나 이용하려는 주체로서의 행위, 드로잉의 실체에는 인간의 실존이 담겨있다.
인간의 실존을 가장 압축하는 것, 그 행위와 태도가 바로 드로잉이라 할 수 있겠다. -
현대의 드로잉은 작업의 과정과 작가의 의도(개념)가 중요한 가치로 자유로운 감성의 표현과 순간성, 우연성을 강조하게 되는데 순간적이고 즉흥적인 표현을 보장받는다. 드로잉은 가장 기본이면서도 다양한 매체와 기술의 결합을 통해 무궁무진한 발전 가능성과 새로운 역사를 만들어 가고 있다. 순간적이고 즉흥적인 성격을 갖는 드로잉이 다양한 기법과 형식을 수용하며 개념에도 큰 변화를 가져왔다. 작가는 예술적 영감의 원천이자 주체자로 작가적 개념에 기반한 내밀한 상징과 기호로 표출하게 되었고 우연과 과정을 그 개념에 도입시킴으로써 현대미술의 경계를 흔들고 더욱 창의적이고 개성적인 표현을 위한 실험적 창작형태를 띠게 된다. 현대미술의 수많은 미학적 쟁점들과 함께 복합적으로 사용되고 발전해 온 현대의 드로잉은 그 특성을 하나로 요약하기 어렵다. 이러한 영역의 모호함 속에서 드로잉은 작가가 어떠한 것을 만들어내는 과정에서 의미를 찾을 수 있다. 네거티브 스페이스로서의 드로잉은 작가의 시점으로 찾아낸 공간을 역동적인 움직임으로 창조하며 시각적 효과와 함께 행위의 과정과 감각적으로 작동되는 연속적 우연으로 더욱 풍성하고 자유로운 선의 움직임을 볼 수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