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돈 작가 : 네, 저는 아기 천사 핸젤과 아기 악마 헤빌을 그리고 있는 그래피티 아티스트 헤돈이라고 합니다. '헤돈(Hedon139)'은 쾌락주의(Hedonism)에서 따온 작가명이고, 139는 제가 처음 그림을 시작했을 때의 키를 의미합니다.
신은서 기자 : 반갑습니다. 본격적으로 인터뷰 시작하겠습니다. 헤빌과 헨젤은 주로 어떤 주제를 그리는 캐릭터인가요?
헤돈 작가 : 사랑을 속삭일 때는 아기 악마 해빌로 얘기를 하고요. 조금 더 직설적으로 사랑을 중얼거릴 때는 아기 천사 헨젤를 작품으로 나타내서 그림을 그리고 있습니다.
신은서 기자 : 사랑을 주제로 작품을 만들게 된 계기가 무엇인가요?
헤돈 작가 : 저는 보통 사랑을 인간에게 제일 어려운 감정이라고 늘 생각을 합니다. 그래서 '사랑이란 내가 아무리 배워도 늘 달라지고 너무 어려워서 그림으로라도 그려 놓아야 나는 내 사랑을 이해할 수 있을 것 같다'라는 의미에서 제가 제일 어려워하는 거를 그림으로 그리고 있습니다.
신은서 기자 : 약간 도전 정신이라고 볼 수 있겠네요.
헤돈 작가 : 네 맞습니다.
신은서 기자 : 보통 회화를 많이 그리는데 그래피티를 시작하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요?
헤돈 작가 : 저는 원래 디자인을 하려고 미술학원을 다니다가 손목 수술을 하면서 그림을 잠깐 놨었어요. 이후 진짜 멋있는 뮤비에서 흑인 래퍼들이 랩을 하는데 그 뒤에 있는 그래피티 들만 제 눈에 들어오는 거를 보고 '아 이건 해야겠다'라는 생각이 들어서 그래피티로 그림을 시작을 했습니다.
신은서 기자 : 평소에 랩도 되게 좋아하나 보네요.
헤돈 작가 : 랩을 듣는 건 좋아하는데 하지는 못해요.
신은서 기자 : 사랑을 그린다고 하니까 이거를 안 물어보는 게 더 이상할 것 같습니다. 혹시 연애 경험이 있나요?
헤돈 작가 : 연애도 있고, 더불어 사람들과의 관계 이런 것들이 많았기 때문에 그런 것들을 저는 사랑이라고 생각을 하고 있습니다.
신은서 기자 : 이제 본격적으로 작품에 대한 소개를 진행하겠습니다. 작가님이 만든 작품들에 대해서 좀 더 구체적으로 설명을 해 주실 수 있나요?
헤돈 작가 : 전 사랑을 중얼거리는 아기 천사 헨젤과 사랑을 속삭이는 아기 악마 헤빌을 그리고 있습니다. 사랑을 정말 많은 요소들로 다시 풀어내고 그걸 붙이고 뗐다가 다시 붙이는 작업들을 계속 반복을 하고 있습니다. 저만의 이야기가 아니라 사람들이 봤을 때 어떠한 요소에 꽂혀서 자신만의 이야기를 풀어나가는 형식의 그림들을 그리려고 합니다.
출처 : 인스타그램, hedonhideul139
출처 : 인스타그램, hedonhideul139
신은서 기자 : 작품 만들 때 좋아하는 주제랑 대중적인 선호도 중에 어떤 걸 좀 더 비중을 두는 편인가요?
헤돈 작가 : 전 제가 좋아하는 주제를 좀 더 중요하게 두고 있습니다. 왜냐하면 대중적이라는 것이라는 게 되게 모호한 기준이라고 생각합니다. 대중적이지 않았던 것이 나중에 대중적이 될 수 있고, 마이너했던 것이 메이저가 되고 메이저 했던 것이 마이너가 되기도 하니까요. '대중적이다'라는 기준은 좀 따라가지 않으려고 하고 있습니다.
신은서 기자 : 비율로 보면은 몇 대 몇 정도라고 생각하시나요?
헤돈 작가 : 50대 50이라고 얘기를 하고는 있는데, 이제 객관적으로 생각을 해봤을 때는 제가 좋아하는 거는 한 70%고 대중적인 거는 30% 정도 들어가고 있습니다.
신은서 기자 : 분홍색 그림을 자주 그리시더군요. 그리고 귀여운 그림 스타일을 그리더라고요. 그것도 이유가 있나요?
헤돈 작가 : 분홍색은 제가 예전부터 공주님 드레스 색깔이라고 생각해서 좋아하는 색입니다. 그리고 공주님이라고 하면 모두한테 사랑받는 사람이잖아요. 나 역시 '모두에게 사랑받았으면 좋겠고, 내 그림 역시도 모두에게 사랑받았으면 좋겠다'라는 의미에서 분홍색을 쓰고 있습니다. 귀여운 걸 그리는 이유는, 저는 제 작품이 되게 '생각보다 우울한 얘기가 많다'라고 얘기를 해요. 왜냐하면 제가 슬펐을 때의 감정들을 그릴 때도 많거든요. 그렇지만 보는 사람들은 가볍게 즐기고 싶은 사람들도 있을 거고, 이 작품을 보면서 작가의 내면을 알고 싶은 사람이 있을 겁니다. 가볍게 즐기고 싶은 사람들을 무시하고 싶지 않아요. 왜냐하면 저 역시도 그림을 가볍게 즐길 때가 있기 때문이거든요. 그래서 가볍게 즐기고 싶은 사람들은 귀여운 걸 보면서 귀여워 하고 그냥 지나가면 된다라는 의미로 귀엽게 풀어나가려고 하고 있습니다.
신은서 기자 : 답변에서 공주님을 그리는 거를 좋아한다고 했습니다. 자신이 창작한 작품을 많이 아끼시나 보네요.
헤돈 작가 : 저는 제 그림을 제 딸이라고 생각을 합니다. 때문에 그릴 때 그림들 이랑 대화를 정말 많이 해요. 혼잣말 하듯이 그림 한테 '넌 이렇게 될 거야 저렇게 될 거야'라고 말을 최면 걸듯이 하곤 합니다. 그리고 막상 그림이 딱 팔리면 약간 딸 시집 보내는 것처럼 되게 슬프고 근데 또 시원하고 그런 감정들이 오가고 있습니다.
신은서 기자 : 작가님이 붙여준 애칭을 분명 작품들도 좋아할 거예요. 그리고 관객 분들 에게도 그 마음이 전해졌으면 좋겠네요.
헤돈 작가 : 네 감사합니다. 나중에 전시 상주할 때 한번 놀러 오세요.
신은서 기자 : 그리고 전시하면서 겪었던 인상 깊은 에피소드가 있나요?
헤돈 작가 : 전시가 정말 많았는데 제일 기억에 남는 전시라고 한다면 최근에 있었던 6월 김해 개인전입니다. 그때 되게 인상 깊었던 관객 분이 한 분 있었어요. 관객 분이 저를 보려고 오셨다 했습니다. 저는 항상 좀 말버릇처럼 하는 말이 '내가 튀어야 그림도 당연히 튄다'가 제 모토이다 보니까 저는 그림 작가들이 잘 안 하는 것들을 하려고 해요. 얼굴로 많이 보이려고 하고 얼굴을 많이 보이려고 하고. 또 사람들한테 많이 말을 걸려고도 하고. 요즘 소위 말하는 밈이라고 하죠.밈처럼 만들어서 인스타그램에 제 그림을 홍보하고 있거든요. 그런 것들을 보시고 관객분께서 '진짜 상주를 하시는지 몰랐다'고 하셨어요. 왜냐하면 제가 인천 사람인데 김해에 가서 한 달 상주를 했었거든요. '진짜 상주를 하시는지 몰랐다'이러면서 저를 연예인 보듯이 그 말씀을 해 주신 분이 있어요. 그때 제가 머리가 되게 빠글빠글했었고 옷도 초라하게 입었거든요. 그런데도 '와 이 사람이 진짜 나를 엄청 보고 싶었나 보다'하는 생각이 들어서, 힘들 때인데 그분 한마디가 되게 힘이 되더라고요.
신은서 기자 : 연예인 느낌 있습니다. 답변에서 팬분들을 소중하게 생각하는 마음이 잘 느껴지네요. 그리고 소통하는 걸 참 좋아하나 봅니다.
출처 : 인스타그램, hedonhideul1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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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은서 기자 : 그럼 최근에는 또 어떤 전시를 했었나요?
헤돈 작가 : 최근에 '평택 아트페스타'라는 전시에 참여 했습니다. 거기는 그래피티 퍼포먼스로 들어갔습니다. 그래피티 퍼포먼스는 외관 벽에 따로 전시가 되고 저희 '언리미티드 크루(Unlimited Crew)'라는 크루가 있는데, 거기서 벽을 길게 받아서 제 그림을 전시를 했습니다. 이틀 정도 했던 전시 인데도 불구하고 많은 사람들이 제 그림을 앞에서 정말 많은 얘기를 하는 거를 저는 몰래 들었거든요. 멀리서 그거를 보면서 최근 전시인데 기억에 남았습니다.
출처 : 인스타그램, hedonhideul139
출처 : 인스타그램, kudongha
신은서 기자 : 말씀해 주신 '언리미티드 크루'에 대해서 좀 더 설명해 주실 수 있나요?
헤돈 작가 : 언리미티드 크루는 구동하 작가님을 대표로 작년(2024년)부터 만들어진 단체입니다. 다양한 사람들이 모여서 예술 콜라보로 진행이 되는 단체입니다. 그림으로 국한되는 게 아니라 음악도 있고 또 모델도 있고 패션도 있고. 다양한 사람들이 모여서 '우리끼리 멋있는 거를 만들자'라고 해서 그런 취지로 만든 크루가 언리미티드 크루입니다.
신은서 기자 : 멋지고 다양한 분들과 협업하고 계시네요. 그러면 동료들이랑 작품 활동을 하면서 인상 깊었던 에피소드가 있나요?
헤돈 작가 : 위플이라는 곳이 있어요. 용산 쪽에 있는데 그 공간에서 저희 크루가 파티를 하게 된 거예요. 그래서 퍼포먼스 인원이 필요해서 멤버들이 다 투입이 됐습니다. 되게 재미있었던 게, 당일 전날에 밤을 샜어요. 공간 안에서 준비하느라고. 저희끼리 배고프니까 치킨을 시켜 먹고 택시를 타고 집에 왔다가 잠을 자고 다시 왔는데 너무 다들 정신이 없는 거예요. 아침부터 정신이 없어서 '이걸 어떻게 해야 되지?'하면서 처음에 딱 시작할 때까지만 해도 '큰일 났다 내가 실수할 것 같다'이런 생각이 딱 들어서 너무 긴장을 많이 하고 있었어요. 우려와 달리 너무 잘 끝났어요. 저는 아직도 그 뒤로 크루에서 많은 활동들을 했는데도 제일 기억에 남는 거라고 하면 저는 위플 단체 퍼포먼스를 항상 얘기를 합니다.
신은서 기자 : 함께 발전할 수 있는 좋은 크루라는 생각이 드네요.
출처 : 인스타그램, hedonhideul1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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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은서 기자 : 그럼 혹시 작가님 본인은 차기작으로는 어떤 내용의 전시를 준비하고 있나요?
헤돈 작가 : 차기작으로 10월 달에 '천사 타락 작전'이라는 타이틀의 전시를 준비를 하고 있습니다. 그동안의 전시는 헤빌에 관련된 얘기들이 대부분이었고요. 첫 전시였던 핑크 시티는 저의 이야기, 첫 개인전이니까 '내 모든 거를 걸겠다'라는 의미에서 핑크가 가장 많은 전시를 준비를 했었습니다. 두 번째 전시 때는 이제 '헤돈 이즈 에브리웰(Hedon Is Everywhere)'이라고 했지만 헤빌의 얘기가 많아서 헤빌 전용 전시라고 생각 합니다. 이번 10월에 전시를 하는데 헨젤의 첫 데뷔를 앞두고 있습니다.
출처 : 인스타그램, hedonhideul139
신은서 기자 : 천사가 타락했다고 하니까 양면성을 지닌 흥미로운 소재라는 생각이 듭니다. 평소에 사랑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고 있나요?
헤돈 작가 : 저는 '사랑은 좋을 수도 있고 나쁠 수도 있다'라고 항상 친구들한테 말버릇처럼 계속 얘기를 하고 있습니다. 사랑이란 '우리'에 대한 감정인데, 감정은 사랑이 아니고 다른 감정도 그렇듯이 '컨트롤을 실패하는 순간 안 좋은 선택을 하게 된다'고 생각을 해요. 때문에 '난 얘를 사랑해서 하는 행동인데 상대방이 원치 않는다면 사랑이 아니라 집착'이거든요. 너무나 집착으로 쉽게 변질될 수 있는 감정이라고 생각을 하고, 그래서 늘 조심해야 된다고 얘기를 하고 있습니다.
신은서 기자 : 사랑에 대해서 그런 생각을 갖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요?
헤돈 작가 : 저는 예전에 애정 결핍이 비슷한 게 있었어요. 어릴 때 사람들이 저한테 그냥 관심을 가져주길 바랐고, 누군가가 저를 그냥 온전하게 사랑해 주기를 바랐던 때가 있었어요. 아까 제가 손목 수술을 했다고 앞에 말씀드렸었잖아요, 그때 되게 우울한 나날들을 그냥 보내고 있었는데 사람들이 연락이 오는 거예요. 저는 그게 사랑이라고 생각을 했었어요. 제가 제일 힘들 때 그냥 연락이 와주는 것만으로도 저는 사랑이라고 생각을 했었습니다. 그 친구들은 저한테 원하는 게 있으니까 연락이 왔던 거였습니다. 반면 전 제가 사랑이라고 생각했던 사람이 떠나는 게 너무 싫어서 그 사람들이 원하는 걸 제가 다 해주고 있는 거예요. 그거를 보면서 '아 내가 지금 정신이 온전치 않을 때 사랑을 찾는다는 거는 절대로 말하면 안 되는 거구나'라는 걸 깨달았습니다. 평소 '사랑은 정말 위험할 수도 있다'라고 얘기를 하고 있는데, 어떻게 보면은 남들한테 하는 말이 아니라 계속 저한테 말하면서 리마인드를 시키는 것 같기도 합니다.
신은서 기자 : 혹시 전시를 준비하면서 힘든 점은 없었나요?
헤돈 작가 : 아, 이번 전시 준비하는 과정에서 대참사가 났던 일이 기억에 남네요. 최근이라. 물을 쏟아 가지고 그림이 번졌습니다. 그래도 선은 안 땄으니까 다행이었던 것 같기도 하고.
신은서 기자 : 아이고, 몇 퍼센트 그렸었어요?
헤돈 작가 : 선만 따면 됐었으니까 80%... 괜찮아요. 그럴 수 있죠 어떻게 사람이 늘 행복할 수만 있겠어요. 이게 번지는 게 예쁘게 번졌으면 모르겠는데 회색 물을 쏟아 가지고 핑크 색깔 그림이 회색이 되었네요.
신은서 기자 : 무사히 작품을 다시 완성할 수 있기를 응원하겠습니다.
신은서 기자 : 혹시 사랑에 관해서 다른 이론적인 내용을 찾아본 적도 있나요?
헤돈 작가 : 있죠. 이제 사랑을 어떤 감정으로 표현을 하나, 이과에서는 어떤 감정으로 표현을 하는지도 찾아본 적 있습니다. 사랑에 관련된 책이라고 하면 저는 항상 로맨스 소설만 생각을 하다가, 진짜 사랑이란 어떤 뇌파에서 보내는 신호이고 이런 것들을 딱 보는데 아무리 읽어도 제가 지금 설명을 못하고 있잖아요. 이해가 안 되는 거예요. 어떤 느낌이다 싶은 거는 있는데, 말로 풀려고 하면 전혀 설명이 안 되는 느낌. 그래서 '이론적인 사랑이랑 제가 생각하는 사랑은 조금 다를 수 있겠구나'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헤돈 작가 : 제가 하는 사랑이요, 이제 작품에서 보이는 사랑은 에로스나 마니아인데 저는 마니아를 주로 따르고 있습니다. 제가 개인적으로 집착하는 성향이 살짝 있는데, 오히려 그렇기 때문에 누군가가 저를 되게 갖고 싶어 하는 게 좋아서 마니아적인 사랑들을 하려고 하고 있어요.
신은서 기자 : 작품에서 표현한 사랑이랑 본인 신념이 동일하다고 볼 수 있겠네요.
헤돈 작가 : 네, 그렇죠.
신은서 기자 : 여러모로 사랑에 관해 다양한 얘기들을 들을 수 있었습니다. 이제 분위기 좀 가볍게 바꿔보겠습니다. 작가님의 작품을 보니까 왠지 만화 캐릭터 같다는 생각이 드는데, 혹시 평소에도 만화를 좋아하시나요?
헤돈 작가 : 네, 저는 만화를 정말 좋아하는 오타쿠입니다.
신은서 기자 : 본인이 직접 오타쿠라고 하면 이 질문을 안 할 수가 없겠네요. 가장 좋아하는 애니메이션 작품은 무엇인가요?
헤돈 작가 : <가끔씩 툭하고 러시아어로 부끄러워하는 옆자리 아랴 양> (원작. SUN SUN SUN, 감독. 이토 료타, 제작사. 동화공방)이라는 작품이 있어요. 제가 보통 러브 코미디 장르를 좋아해서 많이 봅니다. 최근 <스파이 패밀리> (작가 : 엔도 타츠야, 레이블 : 점프 코믹스 + 학산 코믹스) 라든가, 이런 따뜻한 그림들이 나오는 애니를 주로 많이 봅니다. 제일 최고로 좋아하는 작품을 뽑으라고 하면 저는 <에반게리온> (작가 : 사다모토 요시유키, 제작 : TV 도쿄 NIHON AD SYSTEMS) 입니다.
출처 : 인스타그램, hedonhideul139
신은서 기자 : 오타쿠의 '바이블'이라고 하는 작품이죠.
헤돈 작가 : 그렇죠. 저는 개인적으로 <에반게리온>이 기본이라고 생각 합니다. 사람들이 애니를 추천해 달라고 전 에반게리온을 얘기를 잘 안 해요. 왜냐하면 '당연히 이건 봤겠지'라는 생각이 있어서요. 근데 누가 그러더라고요. 저 보고 '근데 네가 애니 추천해 주는 것들은 하나도 모르겠다'라고. 그러니까, 그냥 딱 봤을 때 최고의 명작이 뭐냐고 <에반게리온>이에요.
신은서 기자 : 그러니까, 추천해달라고 했는데 '<원피스>요' 이런 거죠.
헤돈 작가 : 네네, 애니 추천해 달라고 했는데 <나루토> 추천하지 않듯이. 기본 중에 기본인데.
신은서 기자 : 그러면 <에반게리온>일단 기본이고, '내가 오타쿠라고 하면 이 정도는 알아야 된다'는 작품도 몇 가지 말씀해주실 수 있나요?
헤돈 작가 : 패션 오타쿠라고 한다면 알아야 되는 작품은, 일단 <봇치 더 록!> (프로듀서 : 우메하라 쇼타, 감독 : 사이토 케이이치로, 캐릭터 디자인 : 케로리라 외 여러 명). <봇치 더 록!>은 이제 좀 기본에서 넘어가는 작품이에요. 학교에서 제 친구들을 기준으로 봤을 때, 늘 나오는 게 <체인소맨>, <귀멸의 칼날>. 제가 학교 다닐 때는 그런 만화 없었으니까 <나루토>, <원피스>, <블리치> 이 세 가지 얘기하고 끝났어요. 그래서 많이 유명한 애니 말고도 '아 되게 좋은 거 많은데'라고 평소에 생각합니다. <호리미야> (작가 : HERO, 하기와라 다이스케) 좋아하고, <향기로운 꽃은 늠름하게 핀다> (작가 : 미카미 사카, 레이블 : 코단샤 코믹스 영 코믹스) 라는 작품도 이번에 나왔는데 되게 좋아하는 작품입니다. 최근 애니 이외에 <단다단> (작가 : 타츠 유키노부, 레이블 : 점프 코믹스, 챔프 코믹스)도 재미있게 봤습니다.
신은서 기자 : 작가님께서 다양한 취향을 기반으로 개성 있는 작품을 만들고 있다는 생각이 드네요.
헤돈 작가 : 저는 순수 미술이랑 서브 컬처 그리고 그래피티를 봤을 때 절대로 경계에 사로잡혀서 안 된다고 생각을 해요. 제가 잘하는 것과 좋아하는 것은 다르다고 생각을 하는데, 서브 컬처를 좋아하지만 그 장르를 극도로 잘하진 못합니다. 근데 또 그래피티 장르는 스스로는 잘한다고 생각합니다.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것과 잘하는 거를 왜 따로 생각을 하고 있었을까, 그냥 섞으면 되지 않나?' 싶어서 융합을 한 것이 지금의 제 작품입니다.
신은서 기자 : 제가 최근에 제작한 작품에 등장하는 헨젤 그림 한번 찾아 봤거든요. 왠지 요시모토 나라가 그리는 소녀 그림 같다는 느낌도 받았습니다. 혹시 작가님께서 미술을 배우면서 영향을 받거나 좋아하는 작가 있다면 소개해 주실 수 있나요?
출처 : 네이버 블로그, 그림 : 요시모토 나라
헤돈 작가 : 좋아하는 작가요? 먼저 '다솔' 작가님이라고 계세요. 그분 그림을 보면서 처음에 그래비티를 되게 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전시도 여러 번 보러 갔었고, 되게 팬입니다. 두 번째로 저한테 멘토이신 분이 있는데, 아까 언리미티드 크루 소개하면서 언급했던 구동하 작가님입니다. 많은 얘기를 서로 나누면서 저의 멘토가 되어주시고 계십니다. 그리고 이외에도 분위기상 일본 작가가 나와야 될 것 같은 느낌인데, 치카 시노바. '치카 시노바'라는 작가가 있습니다. 그 작가 그림을 좋아합니다. 그리고, 매드사키. '매드사키' 작가의 작품도 좋아하고 비슷한 부류의 그림들을 계속 좋아하고 있습니다. '백사이드 웍스'라는 작가 그림도 좋아해요. 순수 미술은 아니지만 그래도 제가 좋아하는 것들이 하나씩 있는 그림들이랑 작가들을 많이 보고 좋아하고 있어요.
출처 : 인스타그램, dasol_is_here
출처 : 나무위치, 그림 : 치카 시노바
신은서 기자 : 소개해주신 작가분들이 그리는 그림 분위기라든지 색감은 어떤가요?
헤돈 작가 : 아까 말씀드렸던 일본 쪽 작가들 같은 경우는 색감이나 스타일에서 많이 참고를 했습니다. 구동하 작가님 같은 경우는 스킬적인 부분, 그리고 사람의 마인드. 작품을 떠나서 사람의 마인드를 봤을 때 저한테 많은 힘이 되는 부분이 있어서 그분 작품을 보면서 많은 거를 느끼려고 하고, 배우려고 하고 있습니다. 다솔 작가님 같은 경우는 제가 보면서 힌트를 많이 받는 기분이에요. 제가 '이거 이렇게 하고 싶은데' 했던 생각을 그분은 이미 했던 적이 있으시고. 그런 거를 보면서 '우와, 이분 그림을 많이 봐야겠다' 싶었습니다. 초반에 작품을 하면서 막힐 때가 많았어요. 왜냐하면 뭘 그리고 싶은지도 모르겠고 어떻게 그려야 될지도 몰랐거든요. 벽에만 그리다가 캔버스로 넘어오니까 그게 너무 힘든 거죠. 그래서 어떻게 해야 될까 고민하다가 다솔 작가님 그림을 계속 쭉 넘겨보다 보니 그리고 싶다는 생각이 드는 거예요. 처음엔 그래서 따라 했어요. 혼자 아무도 안 보여주는 그냥 연습장에는 되게 많이 따라 했습니다. 많이 따라하다가 제 스타일도 다 집어넣어 보고, 또 아예 그 스타일을 빼고 이제 그냥 제 스타일대로만 그려보고. 이렇게 시도를 하면서 제 지금 작품이 나오게 되었습니다.
출처 : 인스타그램, kudongha (좌 : 구동하 작가, 우 : 몬알 작가)
신은서 기자 : 그럼 혹시 연습장에 그려 놓은 습작 같은 거는 공개해 볼 생각은 없나요?
헤돈 작가 : 저는 습작에는 미련이 없어서 성인이 된 이후로는 만들었던 습작은 빨리빨리 버리고 있어요. 왜냐하면 그걸 남겨두면 계속 거기에 붙잡혀서 새로운 거를 못 그리다 보니 연습했던 거는 좀 버리는 편입니다.
헤돈 작가 : 아, 10월 헨젤 전시 이외에도 내년에 열려고 구상 중인 전시가 있습니다. 최근에 작품을 새로 다시 만들고 있거든요. 제가 이번에 알았어요. 전 종이 접기는 못해요. 그렇지만 종이 접기 작품 시도해보려고 합니다.
신은서 기자 : 어떤 작품을 만드는 전시를 구상하고 계시나요?
헤돈 작가 : 저는 흡연자입니다. 어느 날 편의점에 담배 사러 가다가 갑자기 생각이 든 거예요. 친구가 피우던 담배 중에서 하트가 그려져 있는 담배가 있었어요. 그런데 그거를 보면서 와 갑자기 제가 머리를 띵 하고 얻은 것처럼 생각이 하나 떠올랐습니다. '사랑은 편의점에서 팔지 않아'. 그래서 그거를 담배 모양에 맞게 제가 디자인을 했어요. 디자인을 해서 출력을 했는데 생각보다 작게 나온 거예요. 출력을 잘못해서 다시 했습니다. 도화지에 붙여서 자르고 접는데, 전 작가가 되길 잘했어요. 손재주가 없더라고요, 제가. 원래 생각은 10월 개인전을 할 때 가져가고 싶었는데, 만약에 잘 못 접는다고 하면 내년 전시로 미뤄야 될 것 같기도 합니다.
신은서 기자 : 내년 전시 어쨌든 하기는 한다는 거죠?
헤돈 작가 : 네, 전 한다고 했으면 합니다.
출처 : 인스타그램, hedonhideul139
출처 : 인스타그램, hedonhideul139
신은서 기자 : 얘기를 들으니 뭔가 19금 전시로 해야 될 것 같습니다.
헤돈 작가 : 담배면 19금이 되겠네요.
신은서 기자 : 그런데 키치하고 귀여운 거 그리시는데...?
헤돈 작가 : 제가 '키치(Kitch)'의사전적 의미를 찾아봤습니다. 미학에서 키치는 '별거 아닌 거에 예술적인 의미를 부여한 아류작'이라고 얘기를 하거든요. 저는 개인적으로 되게 별거 아닌 담뱃갑에 예술적인 의미를 부여하는 것도 키치라고 생각 합니다. 근데 진짜 고민 좀 해봐야 되겠네요.
신은서 기자 : 확실히 6살짜리 애를 데리고 가서 볼 그림은 아닌 것 같습니다.
헤돈 작가 : 고민을 해봐야죠. 근데 저는 그림을 보는 사람들이 학생이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많이 합니다. 왜냐하면 어른들은 사랑을 잘하고 있다고 생각을 해요.
신은서 기자 : 아니에요.
헤돈 작가 : 그렇지만 이제 학생들을 봤을 때 그때를 되게 조심해야 되거든요. 그때 모든 게 다 완성이 되기 때문에, 그래서 애들한테 조금이라도 얘기를 할까 하고 있죠.
신은서 기자 : 그럼, 중고등학생들이 봐도 될 정도의 담배 표현, 뭐 영화 시청 등급도 한번 참고를 해보면 도움이 되겠습니다.
헤돈 작가 : 어떻게 해야 될까요? 제가 원래 아기를 그렸거든요. 아기를 그릴 때까지만 해도 저는 담배, 피어싱 이런 거를 절대 안 그렸어요. 그래도 지금 캐릭터들은 컸으니까 제가 하고 싶은 거 다 하고 있는 느낌입니다. 그때 너무 '난 이거 하면 안 돼'가 또 너무 심했었거든요.
신은서 기자 : 이제 마무리 질문을 해보려고 합니다. 앞으로의 포부는 어떻게 되나요?
헤돈 작가 : 앞으로 더 전시 많이 하고 더 많은 곳에 노출하고 그러는 거 말고는 사실 포부가 없어요. 항상 저는 가까운 미래로만 생각을 하는 게 일단 열심히 하자 해서 10년간 똑같을 것 같아요.
신은서 기자 : 혹시 죽기 전에 꼭 만나고 싶은 작가가 있다면? 아니면 꼭 작가 아니어도 유명인들 있는데 그 중에서 누구 만나고 싶은 사람이 있다면?
헤돈 작가 : 뱅크시. 뱅크시를 만나본 사람은 있을 텐데, 아직 뱅크시가 누구인지 정확하게 알려지진 않았잖아요. 그러니까 죽기 전에 만나고 싶은 사람이라면 그 사람의 정체를 그래도 알고 죽고 싶은 느낌 그런 게 있습니다.
출처 : 네이버 블로그, 그림 : 뱅크시
신은서 기자 : 반드시 이루고 싶은 버킷 리스트가 있다면 무엇인가요?
헤돈 작가 : 제 버킷 리스트는 어렸을 때부터 변하지 않았는데, '결혼'이에요. 언젠가 그때가 왔을 때 내 옆에 진짜 좋은 사람이 있다면 딱 결혼을 딱 하고, 아이가 갖고 싶을 때 갖고. 그 아이를 다 키운 후에 다시 그림 그리고 싶은 생각들이 있어요. 버킷 리스트는 고등학교 때부터 쭉 있었던 건 제일 1순위가 결혼이었어요.
신은서 기자 : 주로 그리는 작품의 주제랑 버킷 리스트의 신념이 일치 하시네요.
헤돈 작가 : 네. 왜냐하면 늘 제가 본 것들, 들은 것들, 경험한 거를 그리다 보니 이렇게 살고 있습니다.
신은서 기자 : 네, 꼭 꿈을 이룰 수 있기를 응원하겠습니다. 수고하셨습니다. 귀한 시간 내주셔서 감사합니다.
작가님 너무 멋져요! 작가님이 그림으로 전하고자 하는 것들을 이번 기회에 더 잘 알게된것같아요.사랑에 대해서도 남다른 이해력과 의견이 작가님의 인터뷰를 읽는 저한테는 색다르고 재밌었어요.특히 작가님이 따르는 사랑이 마니아라는게 너무 작가님 답고 그림으로도 느껴져서 즐거웠어요.앞으로도 더 많은 작품 기대할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