Q. 첫 아트북을 발간하셨다고 들었습니다. 아트북을 내신 소감과 어떤 내용을 담고 있는지 간략하게 설명 부탁드려요.
- 이번에 인가희갤러리와 아트북을 작업하면서, 3년간 지속적으로 작업해왔던 <중성신> 연작을 총 망라하게 되었습니다. 특히, 한국의 토착적인 믿음, 종교 관련한 샤머니즘 등의 초기에 탐구했던 작품들이 집중적으로 담겨 있어요. 3년의 시간이 응축되어 있다보니 개인적으로도 의미가 있었던 작업이었고, 한 번의 갈무리를 했구나 하는 뿌듯함을 느꼈습니다.
- 인가희 대표님과 이번 아트북 제작을 위해 협업했던 많은 분들의 손길에 의해서 완성도 높은 결과물이 나올 수 있었어요. 흑백의 표지에 홀로그램을 넣고, 내지는 분홍색으로 제 작품의 분위기를 잘 살려주셨어요. 작품의 디테일을 살펴볼 수 있도록 도판을 최대한 잘 보이게 구성했어요.
- 현대미술에서는 작가가 작품에 담고자 했던 가치와 철학을 전달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했어요. 아트북이지만, 작품 이미지 뿐만 아니라 글을 통해 제가 작업을 하면서 했던 생각들을 담고자 했어요. 그래서 아트북 곳곳에 <탈리신화> 기획전시 때 함께 했던 김민선 기획자님의 비평과 기획자님과 제가 나눴던 대담, 작가노트를 담았습니다.
작가노트 중
"최근에 나는 제의적 성격을 바탕으로 퀴어적 신을 형상화한 평면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근대 이후 '신은 죽었다'라는 의식이 팽배하고, 나 역시 태어나서 지금까지 신을 믿어본적이 없지만 우리 역사에 등장하는 신과 신화가 가지는 다양한 알레고리와 역사성은 믿고 있다. 그렇기에 신과 신화를 토대로 새로운 이야기를 제시하는 것에 관심을 기욱이며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김민선 기획자와 구지언 작가의 대담 中
Q. 작품에 등장한 다양한 종들과 조우하기와 관계 맺기는 어떤 상상의 과정을 거치나요? 지언 작가와 함께 전시를 준비하면서 참 다양한 종들과 그들의 생식을 알 수 있었어요. 저는 종의 이름을 적고 외우는 게 어려웠지만, 지언 작가는 진심으로 새로운 종들과의 만남을 반기고, 그들을 애정하는 마음으로 그리더라고요.
- 제게 다양한 생물종들과의 조우는 우연에 기반한 적이 많습니다. <중성신> 연작을 시작하는 하늘과 구름의 신, 땅과 용의 신을 구상하며, 캘리포니아 콘도르, 튤립, 도마뱀, 흰개미와 코모도 왕드래곤을 만나게 되었습니다. 신화를 구성하는 첫 장면으로 하늘과 땅이 등장했던 점은 저 역시 신화라는 코드에 익숙했기에 나왔던 순서가 아니었나 생각해봅니다.
- 인간이 아닌 생물종들을 바라보면서 익숙한 문화적 코드가 아닌 무언가 새로운 양식의 가능성을 많이 상상하게 되었습니다. 생물종들이 가진 서로 다른 생식 방식과 고정되지 않은 젠더 역할을 통해서 종교가 제안하는 키워드들에 대해, 혹은 사회적 믿음들이 가진 공고함에 대해 다시 상상할 수 있을 지 고민합니다.
구지언, 영감도깨비신 / 인가희갤러리 제공
Q. <중성신> 연작에서 인간 형상을 한 신과 다양한 생물종이 화면에 병치되면서, 새로운 관계를 상상하게 하는 데에는 작가가 추구하는 시각적인 '미감'이 크게 작용하는 것으로 보여요. 작가가 시각적으로 혹은 회화적으로 그려내는 '추구미'에 대해 솔직한 표현을 듣고 싶습니다.
- 처음 그림을 그린 시점부터 여성 신체에 기반한 인물들이 많았어요. 그들이 어떤 옷을 입는지, 어떤 생김새를 하고 있는지, 그리고 어떤 신체를 갖고 있는지에 따라 읽히는 코드가 다르기 때문에 늘 관심이 있었습니다. 제가 여성으로 읽히는 신체를 가지고 있기 때문에 제 몸의 외적인 부분에 주문되는 사회적 양식들을 어떻게 다른 관점으로 바라볼 수 있을지에 대해 고민했습니다. 정상적인 것과 그렇지 않은 것을 구분하는 기준에 대한 비판적 시각을 제시하고 싶었어요. 그 과정에서 드랙(drag)으로부터 많은 영감을 받았습니다.
- 낯선 사람들의 얼굴이 혼재하는 것을 그려내면서, 패션, 메이크업 역시 젠더와 인종을 섞어보려는 시도를 합니다. 앞서 말한 생물종들의 존재 방식을 참고해 새로운 코드를 사람종에 적용하는 상상을 하기도 하고 문화 구조를 해체해 보는 과정에서 발생한 고민을 제의적인 관점의 토착 종교와 연결해보기도 합니다.
Q. 앞으로 구지언 작가가 전개할 작품의 방법론이 궁금합니다.
- 지금까지 제가 겹쳐온 종교, 제의, 퀴어, 디지털 담론과 같은 층위들이 조금 더 긴밀하게 연동되었으면 좋겠다는 상상과 다짐을 합니다.
- 제의 도구라는 오브제가 사람에게 미치는 영향력이 무척 크다고 느끼는 만큼 이를 재해석 하는 시도는 계속될 것 같고, 그렇기 때문에 종교적 배경에 대한 관심도 이어질 예정입니다. 중성신 세계관은 그래서 아직 시도 중이고 구축 중인 세계관 입니다.
- 제가 구축하고자 하는 퀴어적 세계관은 함께 하는 세계관이기에 기회가 된다면 동료들과 협업하는 것을 즐깁니다. 아직은 평면에서 제가 보여주고자 하는 것들을 좀 더 집약적으로 모으는 데에 에너지를 쓰고 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