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헤이든 원이 9월 1일까지 룩인사이드 갤러리에서 개인 사진전을 연다. 연기자로 알려져 있던 그가 처음으로 사진 작가의 정체성을 공개하는 자리다.
이번 전시 제목 ‘여유작작’은 배우 문소리의 제안에서 탄생했다. 그는 “늘 긍정적이고 밝은 에너지를 가진 헤이든 원의 모습에서, 사진 속에도 빛처럼 밝음이 느껴지고 여유가 묻어난다”며 제목을 지어주었다. 전시 오프닝 당일에도 문소리 배우는 직접 전시장을 찾아 자리를 빛내 주었다.
배우 문소리님과 헤이드원 출처-헤이든원
드라마 '엄마 친구 아들', '세자가 사라졌다' 등으로 대중에게 얼굴을 알린 헤이든 원은 평소 "아버지에게 물려받은 카메라로 사진찍기, 산책하기, 하늘 보기를 좋아한다"며 일상 속 소소한 순간들을 렌즈에 담아왔다. 이번 전시는 그동안 개인적으로만 진행해온 사진 작업을 처음 대중에게 선보이는 의미 있는 기회가 될 전망이다.
일상에서 발견한 여유의 미학
이번 전시 작품들은 그가 최근 출간한 첫 산문집 『여유작작-여유를 훔치는 방법』의 연장선에 있다. 사진과 글이라는 서로 다른 매체이지만, 두 작업 모두 '휴대폰을 내려놓고서야 보이는 세상'에 대한 그만의 섬세한 관찰에서 출발한다.
산문집에서 그는 어느 날 휴대폰을 내려놓은 후 "무심코 지나치던 하늘의 색, 너무 가까이에 있어 보이지 않던 관계, 그리고 외부의 소리에 묻혀 들리지 않던 내면의 작은 목소리까지" 새롭게 발견했다고 고백한다. 이러한 깨달음이 사진 작업에서도 일관된 철학으로 관통할 것으로 예상된다.
"새들의 지저귐, 사람들의 웃음소리, 재잘거리는 말소리, 바람의 살랑거림, 나뭇잎의 춤사위, 그 위로 번지는 빛줄기, 하얀 구름, 푸른 하늘, 주황빛 노을" 등 그가 글로 표현한 순간들이 이번 사진전에서는 시각적 이미지로 재탄생할 예정이다.
걷기와 사색에서 탄생한 예술 세계
헤이든 원의 예술적 영감은 무엇보다 '걷기'에서 나온다. 그는 산문집에서 "여의도공원을 걷고 또 걷다가" 아이들이 비눗방울을 쫓는 모습을 관찰하며 순수함에 대해 사색하는 장면을 그려낸다.
"비눗방울을 잡은 아이도, 비눗방울을 놓친 아이도 모두 웃고 있었다. 그 모습에서 무언가 잡으려는 행위가 어른과 다름을 느꼈다"는 그의 관찰력은 일상 속 평범한 순간에서도 깊이 있는 통찰을 이끌어낸다.
이러한 사색적 걷기는 요가 수련과도 연결된다. "오늘도 나를 마주하기 위해 부스스한 머리를 모자로 덮고 졸린 눈으로 요가원에 갔다"며 호흡에 집중하는 과정을 세밀하게 묘사한 그는, 몸과 마음의 균형을 통해 세상을 바라보는 새로운 관점을 얻어왔다.
할리우드와 한국을 오가며 포착한 시선들
코로나 시국 독학으로 영어를 마스터해 할리우드에 진출한 특이한 이력을 가진 그는, K-드라마 '웨스턴 애비뉴' 주연으로 2024 아시안 월드 영화제 초청을 받기도 했다. 하지만 바쁜 국제적 연기 활동 중에도 "침대 위에서, 산책길에서, LA행 비행기 안에서" 포착한 영감들을 꾸준히 기록해왔다.
"세상은 내가 바라보는 방식에 따라 완전히 다른 풍경이 된다"는 그의 핵심 철학은 한국과 미국을 오가며 경험한 다양한 문화적 배경에서 더욱 깊이를 더했을 것으로 보인다. 이번 사진전에서는 이러한 경계를 넘나드는 시선이 어떤 독특한 시각적 언어로 구현될지 주목된다.
문학적 감수성과 시각적 표현의 만남
그의 글에는 시적인 순간들이 자주 등장한다. "내 옆 사람의 머리에 사마귀가 앉았는데" 시작되는 에피소드에서 상대방이 "사마귀가 머리 위에 앉은 건 행운을 뜻하는 거예요. 우리의 만남이 오늘의 행운인 것 같네요"라고 말하는 장면은 일상의 작은 우연을 특별한 의미로 해석하는 그만의 감수성을 보여준다.
이러한 문학적 감수성이 사진 매체를 만났을 때 어떤 화학작용을 일으킬지 기대감을 높인다. 글에서 "때로는 짧은 시 같고, 때로는 가까운 이에게 보내는 편지 같다"고 평가받는 그의 감성이 렌즈를 통해서는 어떻게 표현될 것인가.
감독 장준환, 배우 문소리, 작가 헤이드원 출처-헤이드원 인스타그램
각계 인사들의 주목
그의 산문집에 추천사를 쓴 각계 인사들도 그의 예술적 감성에 주목하고 있다. 배우 정소민은 "이 세상을 살아가는 우리에게 아주 쉬우면서도 아주 어려운 것이 '지금 이 순간을 온전히 사는 것'"이라며 "나만의 진정한 여유를 찾기를 바란다"고 격려했다.
배우 수호는 "헤이든 원이 삶을 대하는 태도에는 무언가 다름이 있다. 글에 묻어난 그의 에너지에는 공감과 권유가 있어, 책을 읽는 동안 일상의 여유를 자아낸다"고 평했다.
특히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이자 '자존감 수업'의 작가 윤홍균은 "어린 시절 놀이터에서 해 질 무렵 집으로 돌아가던 그 여유로운 감정을 이 책을 통해 되찾게 됐다"며 "이 책은 '가르치지' 않는다. 시키거나 설득하지도 않는다. 대신 함께 걸어준다"고 표현했다.
새로운 예술적 정체성의 출발점
이번 전시는 단순한 개인전을 넘어 헤이든 원이라는 아티스트의 새로운 정체성을 확립하는 중요한 출발점이 될 전망이다. 그동안 연기자로만 알려진 그가 사진과 문학이라는 두 영역에서 동시에 작품성을 인정받는다면, 국내 예술계에서도 주목할 만한 다재다능한 작가로 자리매김할 수 있을 것이다.
"여유는 그리 멀리 있지 않았다. 그저 지금 이 자리에서, 내가 마음만 먹으면 누릴 수 있는 가장 가까운 행복이었다"는 그의 메시지가 룩인사이드 갤러리 공간에서 어떤 시각적 서사로 펼쳐질지 기대를 모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