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억으로서의 이미지 픽셀의 단위로 나열한 누실된 시각적 기억의 회화
여러시각 정보들과 복합적인 시간성을 이차원과 삼차원을 오가도록 구성한 회화
라흰갤러리는 11월 9일부터 12월 9일까지 김정인의 개인전 <픽셀 메모리 Pixel Memory>를 진행 중이다. 개인전은 지하 1층부터 지상 3층까지 펼쳐진다. 이번 전시는 모두 2023년도 만들어진 신작들이고, 회화 총 20여 점을 선보인다.
김정인 작가의 5번쨰 개인전 포스터. 출처 라흰갤러리
김정인(b. 1991) 작가는 2020년 온수 공간에서 첫 번째 개인전을 개최했다. 작품들은 주로 수용이 더딘 성향을 띤 소외된 소재들과 이미지들을 위주로 작품들이 나오고 있다. 사진들로 이러한 것들을 수집한 뒤 흐릿한 기억과 혼합하여 이미지 간에 관계망을 구축해낸다. 대표적인 소재는 도자기새 그리고 잘 자란 나무보다는 짓눌렸거나 상흔을 입은 나무들이 대표적이다. 특히 나무를 그릴 때는 자화상을 그리는 태도로 작업에 임한다.
2017년에는 유중아트센터에서 장려상을 수상하여 유중아트센터에서 열린 <LEIPZIG Died and was reborn in seoul> 단체전에 참여했었다.
기억을 모으는 일(Gathering memoreis), 2023, Oil on canvas, 130.3x97.0cm 출처 라흰갤러리
라흰갤러리에 따르면, "기억으로서의 이미지를 분절한 후에 이를 '픽셀'의 단위로 무수히 나열함으로써 누실된 시각적 기억을 회화로 조립하고 있다. 따라서 그는 인간의 ‘망각'을 배제하기보다는 오히려 이를 가시화하고자 하며, 그러한 작업을 통해 종국에는 망각을 촉진하는 속도에 회화적으로 저항하기를 시도한다. 작가의 소실된 기억을 은유하는 대표적인 대상은 전시의 중심적인 소재로 등장하는 '나무'인데, 이 모티프는 변화를 요구하는 세상의 압력으로부터 존재를 견디어 내려는 작가 스스로의 저항술이기도 하다."라고 밝혔다.
김정인 개인전을 연 라흰갤러리 전시전경. 출처 라흰갤러리
2023년도 인가희갤러리에서 개최했던 단체전 <조각난 풍경>에서는 비주류로 분류되는 오랫동안 잊히거나 소외된 이미지와 버려진 사물의 이미지들을 모아 주류로 등장시켜 주류와 비주류의 관계망을 형성했다면, 이번 전시는 여러 시각 정보들과 복합적인 시간성이 하나의 평면 위에서 이차원과 삼차원을 오가도록 구성하며 회화적 시간의 관계망을 형성했다는 차별성이 있다.
이전에는 이러한 작업은 이미지들을 납작하게 쌓아 작업을 하였으나, 이번 전시에서는 작가의 다중적인 경험이 한층 입체적인 층위에서 축적되며 시간성이 해체된 이미지들을 나무와 인물, 틈새와 천, 스케치 등 그가 기억하는 단편적인 조각들을 정방의 '픽셀' 패턴으로 반복하며 기하학적이고 입체적인 형상을 표현하고 있다.
김정인 작가가 작업하는 소재는 이전과 비슷하지만, 기억의 조각들을 픽셀로 표현한 점과 기하학적 화풍은 이번 전시에서 꼭 주목해야 할 점이다.
썰린 기억의 합1(Sum of memory slices 1), 2023, Oil on canvas, 72.7x90.9cm 출처 라흰갤러리
작가노트 <썰린 기억들의 규합>에 따르면 "캔버스 위에서 썰린 기억은 뚜렷한 형태로 표현될 수 없고 끊긴 부분과 다시 생성되는 부분으로 재-조합된다. 면과 면 사이에서 서로 마찰하고, 밀치고, 관통하고, 섞이는 물감은 과거와 현재, 미래까지 지속해갈 기억의 혼재와 연속성 그리고 느린 회화의 시간성까지를 드러낸다. 그리고 최소 단위인 파편들은 미량의 가능성 획득을 위해 발광하며, 거대한 빛을 위해 서로의 잔잔한 빛을 보탠다. 이는 이미지와 기억을 적당히 배합한 표현 방식을 넘어 점차 모호성이 강화된 기억의 관계망 표현으로 이어진다." 라고 적혀있다.
나무 (A-Tree), 2023, Watercolor on canvas. 출처 라흰갤러리
김정인 개인전에는 대다수 작품들이 픽셀 이미지와 단절된 이미지이지만, '나무'라는 작품은 유일한 수채화 작품이다. 실제로 보면 단풍잎과 은행잎이 무지개를 이루고 있는 모습이 올해 짧은 가을의 아쉬운 느낌을 받을 수 있다.
김정인 작가는 현재진행형의 시간성을 지닌 회화가 직조되는 방식과 그 과정에서 물리적 시간을 따르며 발생하는 변화를 표현해낸다. 그럼으로써 그는 느리게 흘러가는 시간 내에서만 존재할 수 있는 이미지의 정적 양태에 대해 이야기할 뿐만 아니라, 기억을 망각하게 하는 속도에 저항함으로써 회화만이 담을 수 있는 시간의 현재적 실재성을 담아내고자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