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포스터
사진=포스터

■ 작가노트


미싱의 페달을 밟으면
그림은 뒤로 밀리고
나는 바늘구멍을 통과해서
시간을 등진 그림 위에 올라탄다.
두툼하게 엉킨 기억들이 손에 잡히고,
바람을 두드리는 장단에 맞춰서
지나간 순간을 쥐었다, 놓았다,
반복한다.
시간을 관통하는 사이에
맺힌 것들은 새로운 길을 찾고,
숨통이 트인다.

이야기가 없는 인생은 없다.
천천히 거꾸로 돌려서
멈춘 시간 속에 웅크리고 있는 나를
만날 수 있다.
흔들어 깨워 숲으로 데려오면
다시 넉넉한 산책이 시작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