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소리, 바람소리 2022-1 90x240cm, oil on canvas, 김혜선 (사진=김혜성 작가 블로그)
"불면증이 심한 날엔 파도소리, 바람소리와 함께 편곡된 수면을 위한 명상 음악을 들으며 잠을 청한다. 그런데 어느 날부터 이 음악을 들으면 풍경이 떠오른다. 발 밑에 출렁이는 물결이 느껴지고 수초와 비릿한 물 냄새도 나는 것 같다. 너울너울 어지럽게 춤추는 바다, 여명을 알리며 붉게 물들어가는 바다, 무의식으로 빨려 들어가듯 고요한 바다, 노을이 붉게 물든 꿈 속 같은 바다가 생생하게 다가온다." 김혜선
김혜선 작가 개인전이 9월 1일부터 14일까지 갤러리 스페이스 앤에서 열린다. 이번 전시는 물소리, 바람소리가 들리는 명상음악을 통해 머리 속에 그려진 풍경들을 나이프의 유화질감으로 표현한 작품 20여점을 선보인다.
김혜선 작가는 풍경과 회화 사이, 풍경과 지각 사이, 풍경과 해석 사이, 풍경과 선입견 사이에 위치하는, 그런 경계 위의 풍경을 그린다. 한쪽에 풍경이, 그리고 다른 쪽에 회화와 지각과 해석과 선입견이 위치해 있는 재현적인 그림이다.
그의 그림은 보기에 재현적이지만 실제로는 탈 혹은 비재현적인 그림이어서 더 흥미롭고 더 설득력을 갖는다. 나아가 회화와 풍경 사이에서 일어나는 일이 사실상의 주제가 아닐까 싶은, 흥미진진한 부분을 건드리고 있다. 어쩌면 재현적인 풍경 자체가 이미 기호화된 풍경이며 해석된 풍경일 수 있다는, 그리고 상상된 풍경일 수 있다는 지점도 건드리고 있다.
작가의 그림은 옆으로 길다. 폭 자체가 세로로 서 있는 경우에서마저 그림 자체는 횡단을 향한다. 이처럼 횡단을 향하는 그림이 자연을 상기시키고 풍경을 떠올리게 한다. 횡단을 향할 때 자연은 가없어지고 종단을 향할 때 풍경은 아득해진다. 여기서 자연은 가장자리가 없는 것의 메타포가 되고 풍경은 그 깊이를 헤아릴 수 없는 것의 알레고리가 된다.
김 작가에게 작업의 영감을 주는 물소리, 바람소리는 무의식 속의 풍경을 상상하게 되고 심리적 상태의 색과 질감이 더해져서 작품으로 표현된다. 이 그림들이 실재하는 풍경은 아니지만, 나이프를 통한 가로질의 리듬이 감상자들에게 기억 속 풍경을 연상하게 하여 자신만의 추억으로 이끌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