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전혜영 개인전, '宮, 색을 노래하다'

구글 선호 매체로 추가
사진=포스터
사진=포스터

​宮, 색을 노래하다

궁궐은 우리가 편안하게 방문하는 곳이지만 친근함보다는 왠지 경외감을 갖게 하는 이미지다. 넓은 공간에 우뚝 선 위용은 절로 옷매무새를 가다듬게 하는 힘이 있다. 아름다운 곡선으로 이어지는 수려한 건축미와 오랜 역사와 함께한 영욕의 시간들, 그리고 세월의 더깨를 안고 있는 묵직한 색깔과 함께 하는 풍부한 이야기들은 우리의 발길을 붙잡는다. 웅장한 궁궐의 문을 들어서면 잠시나마 현재와 동떨어진 시간여행을 할 수 있는 곳이 된다. 

이번 작업을 위해 궁궐을 수없이 드나들던 어느 날, 전각의 한 귀퉁이들이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다. 멀리서 숲을 볼 땐 보이지 않는 나뭇잎처럼 처마 끝, 기와 모서리 등 오랜 세월 굳게 받쳐주던 작은 부분들이 눈에 들어왔다. 

기와의 한 귀퉁이는 우아하게 춤을 추듯 날갯짓을 하고 있는 것처럼 보이고, 전각의 처마 끝은 하늘을 향해 비상하는 꿈을 꾸고 있는 듯하다. 힘든 시간을 겪었을 공간은 상처를 안은 채 처연하다. 저마다의 위치에서 지켜온 공간들이 마치 합창단의 단원처럼 각각의 소리를 내면서도 한 곡의 합주를 이루어내는 모습과도 같다. 

이렇게 전체를 위해 존재하고 있는 작은 부분들 중 어느 곳은 세월을 품어주듯이, 또 다른 곳은 위로하듯이 색을 입혀 본다. 

지금 우리의 삶도 큰 것을 위해 작은 것은 희생을 강요당할 때가 많다. 그러나 작지만 소중한 것들이 모여 전체를 이루는 것임을 이번 작업을 통해서 다시금 마음에 새겨본다. 

나의 전시를 보는 관객들도 궁을 다시 방문한다면 구석구석 작은 귀퉁이까지 애정 어린 눈빛으로 상상의 색을 입혀 보는 경험을 해보길 바라본다. -전시서문-

관련 기사

댓글 0

첫 댓글을 남겨보세요.

댓글 작성

0/2000

댓글은 검수 후 노출됩니다. 비방·욕설은 삭제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