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운성, '가족도' 1930-35[사진=국립현대미술관]/ 가족도는 한국적 소재를 망라한 결정판으로 한옥을 배경으로 총 17명의 대가족이 마치 기념사진을 찍는 듯 정면을 응시한 채 기품있게 묘사되어 있다. 당시 배운성은 한국인의 모습을 주로 그렸는데 유럽인들에게 낯선 한국인의 얼굴과 의상, 가옥, 세시풍속 등을 독특한 기법으로 그려 화단에 신선한 충격을 선사했다.
유영국, '작품' 1957[사진=국립현대미술관]/ 한국전쟁이 끝나고 본격적으로 화가가 되기로결심한 직후에 그린 작품으로 산 능선을 따라 노을이 지는 것 같은 자연의 풍경을 회화의 기본 요소인 직선과 곡선, 색면으로 표현했다.
서구권 최초 한국 근대미술 기획전 '사이의 공간:한국 미술의 근대'전이 미국 서부 최대 규모의 미술관인 LA카운티뮤지엄(LACMA)에서 9월 11일부터 내년 2월 19일까지 열린다.
국립현대미술관과 LA카운티뮤지엄의 공동기획으로 진행되는 이번 전시에는 1897년부터 1950년에 이르기까지 유례없는 격동의 시대를 살아냈던 화가, 조각가, 사진가의 작품 130여 점이 전시된다. 1897년 대한제국이 선포된 이래 1910년 한일병합, 1945년 해방, 1950년 한국전쟁을 거치는 동안 한반도는 유례없는 격동기를 보냈다. 통상적으로 일제강점기는 ‘암흑’의 시대로 치부되기도 하지만, 이 시기는 온갖 새로운 문물과 사상이 밀려들어오면서 한국의 전통적 가치와 충돌하고 융합했던 격렬한 역동기이기도 했다.
전시 구성은 전체적으로 시대의 흐름에 맞춰 전개되며 그 안에서 다양한 장르와 양식이 혼재하는 방식을 선보인다. 박수근 <유동>(1963), 이중섭 <흰 소>(1953-54년경) 등 이건희컬렉션 21점을 포함한 총 62점의 국립현대미술관 소장품이 LA의 관람객을 맞이한다.
박수근, '유동' 1963[사진=국립현대미술관]/소담한 초가집 앞에서 둥그렇게 모여앉아 소곤소곤 대화를 나누는 아이들의 모습이 따뜻하게 느껴지는 작품이다. 하지만 화면 구석의 한 아이만 등에 아기를 업고 있어 친구들 무리에 끼지 못한 채 아이들을 바라보고 있다.
여기에 근대 문화유산으로 인정받은 등록문화재 4점도 포함됐다. 일찍이 독일에서 서양화를 공부했던 배운성의 ‘가족도’, 한국 추상미술의 선구자 김환기의 ‘론도’, 우리나라 최초의 서양화가인 고희동의 ‘자화상’ 그리고 최초의 인상주의 화가였던 오지호의 ‘남향집’이다. 작품의 이해를 위해 섬세한 작품 설명과 에세이가 수록된 전시도록도 출간된다.
배운성, '가족도' 1930-35[사진=국립현대미술관]/ 가족도는 한국적 소재를 망라한 결정판으로 한옥을 배경으로 총 17명의 대가족이 마치 기념사진을 찍는 듯 정면을 응시한 채 기품있게 묘사되어 있다. 당시 배운성은 한국인의 모습을 주로 그렸는데 유럽인들에게 낯선 한국인의 얼굴과 의상, 가옥, 세시풍속 등을 독특한 기법으로 그려 화단에 신선한 충격을 선사했다.
김환기, '산월' 1958[사진=국립현대미술관]/ 사랑하는 조국의 자연을 생각하며 파리에서 그린 작품으로 캔버스 위쪽의 두터운 붓질은 산등성이를 상징적으로 암시하고 화면 아래 둥근 형태는 보름달을 형상화한 것으로 달의 하얀 색감은 달항아리를 연상시킨다.
'사이의 공간:한국 미술의 근대'전은 LA카운티뮤지엄과 현대자동차의 파트너십
프로그램인 '더 현대 프로젝트: 한국 미술사 연구'의 일환으로 추진됐다.
이번 전시를 위해 미술 애호가인 방탄소년단의 리더 RM이 오디오가이드 음성녹음으로 재능기부에 참여했는데 총 10점의 작품을 직접 선정해 작품에 대한 설명을 영어와 한국어로 각각 녹음했다. RM의 전시해설은 전시장에서 뿐만 아니라 국립현대미술관 누리집을 통해 누구나 들을 수 있다.
LA 한국문화원에서는 이번 전시의 부대 프로그램으로 LA카운티뮤지엄과 함께 한국 근대영화 상영전을 열어 한국 문화에 대한 관심과 열기를 더할 예정이다.
이쾌대, ‘두루마기를 입은 자화상’ 1948-49[사진=국립현대미술관]/ 해방기의 혼란 속에서 그린 작품임에도 불구하고 꽉 다문 입술과 부릅뜬 눈으로 정면을 응시하는 자신의 모습을 그림으로써 전문 화가로서의 자신의 정체성을 당당히 표현했다. 그의 작품에는 팔레트와 같은 서양화 도구들과 함께, 한국의 모필, 두루마기, 전통의상을 입은 여성들 등이 등장함으로써 서양적인 것과 한국적인 것이 공존하고 있다.
한편 윤범모 국립현대미술관장은 “이번 전시는 격렬했던 한국의 근대 시기를 고스란히 담은 당시 미술작품들을 서구권에서 선보이는 첫 신호탄으로서 중요한 의미가 있다”며 “한국미술의 다양한 모습을 지속적으로 전 세계에 선보이고 많은 교류를 통해 이를 확대해나갈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