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청동에 자리 잡은 창의적 변화와 실험적인 공간, 적극적인 소통을 지향하는 아트스페이스 영(Art Space 0)이 임재형, 황규민 작가의 2인전, 《배 위에 새겨 두고》전을 2월 15일 화요일부터 3월 8일 화요일까지 개최한다.
전시의 제목은 사자성어 ‘각주구검(刻舟求劍)’이 모티브가 되었다. ‘각주구검’은 원래는 배 위에서 검을 물에 빠트린 자가 그 빠트린 위치를 뱃전에 표시해 두고, 나중에 물가에 도착하여 표시해둔 위치의 물 속에서 검을 찾는 어리석음에 대한 이야기를 담고 있다. 이번 전시는 이러한 이야기를 임재형과 황규민, 두 작가의 작업 매체와 소재, 그리고 태도에 빗대어, 화면(뱃전)에 어떤 것을 새겨 두고 다른 맥락(물가) 속에서 무언가를 찾게 하는 행위는 어리석은 것이기 보다, 더 낭만적이고도 보편적인 의미를 구하는 태도를 함유할 수 있음을 은유하고자 한다.
두 작가는 그림에 쓰이는 재료나 소재, 표현 방식을 수동적으로 ‘선택’하여, 화면상에 자신의 개입을 최소화하려 한다. 이들은 필력이나 구성 등 작가의 표현적인 ‘제스처(gesture)’는 최소화한 채 돌과 나무, 물, 연기 등을 그린다. 이러한 비정형의 자연물들이 자아내는 서정성만이 그림에 남고, 그림의 의미는 그림 뒤에 숨겨진다. 의미가 숨겨지며 종이 위에 남긴 흔적은 오히려 관객들로 하여금 그것을 따라 함께 그림 속으로, 마치 물 속으로 들어가듯 ‘잠겨 들게’ 한다.
임재형은 빙산이나 바다 위 구름처럼, 시간이 지남에 따라 사라지는 것이나 사라질 것들을 그려 왔다. 그는 선택한 이미지의 특징이나 서사에 맞추어 그리기 방식을 택한다. 물감이라는 표현적인 매체를 연필 드로잉으로 재현하거나, 기울어져 있던 이미지를 똑바로 보이도록 회전시켜 판화로 찍는 등, 설명하지 않으면 놓칠 법한 “최소한의 개입”만으로 작품을 제작해 나간다.
최근에는 순환하는 물이나 흐르는 시간에 대한 기존의 관심에 이어서, “세대”에 대한 관심을 중심으로 작업을 이어 나가고 있다. 이번 전시에서는 ‘대성당 화재’나 ‘여객선 침몰’ 등, 특정한 사건이 발생하고 시간이 지남에 따라 불타는 성당의 연기나, 바다와 해변을 바라보는 시선의 차이가 발생하는 것을 암시하는 작품들을 선보인다. 이처럼 작가는 개인적 사건에서 시작한 심상을 사회적 주제와 연결하여 ‘보편적인’ 이미지로 그려 내기를 시도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