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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KM 갤러리, 유형근 개인전 'Memories of Yun Hyong-Keu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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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22-11.14

PKM 갤러리는 한국 단색화의 거목 故 윤형근 화백이 생전에 화첩, 메모첩, 서신 등에 남긴 소박한 기록들을 엮은 단행본 [윤형근의 기록]의 출판을 기념하는 특별전을 10월 22일부터 11월 14일까지 연다.

윤 화백의 평소 생각과 생활 속의 감정들이 솔직 담백하게 드러나는 [윤형근의 기록]이 더욱 울림 있게 대중에게 다가서기를 희망하며 기획된 이번 전시에서는 단행본과 연관하는 미공개 드로잉 수십여 점과 초기작을 포함한 주요 회화, 편지, 수첩, 사진 등의 엄선된 아카이브 자료들이 일반에 최초로 소개된다.

​윤형근 화백은 일제강점기, 6.25 전쟁, 유신정권 등 근현대사의 격동기를 정면으로 마주하며 생겨난 심정을 하늘을 뜻하는 '청색'과 흙의 빛깔인 '다색'의 안료를 혼합하여 깊은 농도로 화폭에 풀어냈다. 그가 표백 처리를 하지 않은 마포나 면천 위에 스미게 한 물감의 자연스러운 번짐 효과는 추사 김정희의 서체 또는 옛 수묵화와 비견되며, 윤 화백의 선비와 같은 인품을 오롯이 내보인다. "인간적인 척도가 곧 예술의 척도"라고 언급하면서 내면의 성찰을 게을리하지 않고 삶의 자세와 예술 행위를 일치시키고자 한 윤형근의 고매한 인생철학은 작품뿐 아니라 그가 남긴 글에도 고스란히 드러나고 있다.

​[윤형근의 기록]은 PKM 갤러리가 2년 여간 윤형근의 서교동 작업실에서 수집하고 판독해 온 글 300여 점을 중심으로 구성됐다. 1977년 선포된 '천지문(Blue는 하늘이요, Umber는 땅의 빛깔이다. 그래서 천지라 했고 구도는 문이다.)' 개념에서부터 작업 중간중간에 남긴 고뇌의 흔적, 동료 예술가들과의 외국 여행담, 아버지라고 불렀던 장인 김환기 화백과의 추억, 아내와 아들에게 쓴 정다운 편지까지, 잔존하는 그의 기록들이 사진 및 드로잉북의 에스키스들과 연계하여 단행본에 수록된다.

더불어, 아들 윤성열과 윤 화백의 오랜 벗이었던 최종태 조각가, 국립현대미술관 윤범모 관장의 에세이를 함께 실음으로써 윤형근 고유의 서사를 보다 다양한 각도에서 살펴보고자 했다. 

사진=PKM갤러리
사진=PKM갤러리

 

특히 눈길을 끄는 건 누런 한지(韓紙)에 그려진 한 점의 시화다. 윤형근이 남긴 시화로는 지금껏 유일할뿐더러, 이 글씨를 쓴 사람이 윤형근이 아니기 때문이다. 윤형근 회화를 대표하는 흙색(Umber)과 감색(Ultramarine)의 물감이 다섯 개 작은 기둥을 이루고, 위 여백에 시인 김사림(1939~1987)의 시 두 편(그리는 마음·그 겨울 눈사람)이 적혀 있다.

갤러리 관계자는 “화가의 서교동 작업실에서 2016년 유작 정리 작업 도중 발견됐다”며 “그림은 윤형근이 그린 게 확실하나 글씨는 윤형근의 필체가 아니다”라고 말했다.

시와 그림을 하나로 여겼던 윤형근은 “시는 무형의 그림이고 회화는 유형의 시”라며 “동질적인 것이라고 볼 수 있으나 그 표현에 있어서 다를 뿐”이라고 했다. 그래서 이 시화는 미술계가 풀어야 할 연구 과제로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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