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화가 이영지 개인전이 종로구 인사당 성화랑에서 6월 8일까지 열린다. 총 52점의 작품이 선보인다.
이영지 화가의 그림은 직관적인 아름다움을 품고 있다. 보통의 현대미술 작품과 달리 작가의 심오한 뜻을 이해하려고 고민할 필요가 없다는 얘기다. 작품에서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오는 건 컴퓨터 일러스트 못지않게 선명한 색채를 뿜어내는 나뭇잎이다. 나무 주위를 노니는 아기자기한 하얀 새들도 미소를 자아낸다. 하지만 그림을 보다 보면 밀도있는 배경이 주는 깊이와 은은한 분위기에 더욱 마음을 빼앗기게 된다.
보기엔 편안한 그림들이지만 작업이 쉽지 않다. 먼저 한지를 여러 겹 겹치고 아교 녹인 물을 칠한 뒤 말리는 ‘반수 처리’를 한다. 해충을 막고 색을 더 선명하게 내기 위해서다. 이후 원하는 색과 질감이 나올 때까지 밑색을 여러 번 덧칠하며 흐린 먹으로 무늬를 입힌다. 작품을 만드는 시간의 절반이 이 같은 배경 작업에 투입된다.
회벽 같은 질감의 배경이 완성되면 비로소 작가는 한지에 수를 놓듯 그림을 그린다. 나뭇잎을 그릴 때는 먹으로 미세하게 테두리를 그린 뒤 안에 다양한 색의 분채(조개 등 자연재료로 만든 물감)로 속을 채운다. 이런 작업을 무수히 반복해 완성된 그림에서는 선명한 나뭇잎 빛깔이 톡톡 튀는 매력을, 오랜 시간의 흐름이 담긴 듯한 배경이 한국화의 편안함과 깊이를 선사한다.
이영지 '이 순간을 믿을게'
이영지는 나무와 새가 등장하는 친숙하고 따뜻한 분위기의 그림을 선보인다. 무수한 점이 모여 선과 면을 이루듯 수많은 나뭇잎과 풀을 세필로 일일이 그려 무성한 초록빛 나무가 완성된다. 새들은 정적인 풍경에 시간성을 부여하고 이야기를 만들어낸다.
작가에게 화폭에 담은 나무는 자신을 대변하는 존재다. 나무를 찾아온 새들은 인생을 살아가며 맺은 인연이다. 관람객은 작가가 펼쳐놓은 자연 속에서 자신만의 이야기를 떠올릴 수 있다.